내용요약 7~10등급 취약차주 대출 '소극적'...인터넷뱅크 취지와 상반
강민국 의원 "카뱅 금리인하요구권 미스터리쇼핑 점수 48점 불과"
카카오뱅크가 저신용 취약차주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카카오뱅크가 약속과는 달리 저신용 취약차주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기업공개(IPO) 앞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시중은행급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할 때 쓰인다. IPO는 비상장기업이 상장하기 위해 법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주식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팔고 재무내용을 공시하는 것이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60%로 다소 높았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51%로 집계됐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1~6등급 차주에게 신용대출을 공급했지만 7~10등급 저신용 취약차주에 대출하지 않았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은 1~10등급 차주에게 돈을 빌려줬다. 5대 시중은행의 은행별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우리은행 2.29% ▲신한은행 2.39% ▲농협은행 2.51% ▲국민은행 2.62% ▲하나은행 2.75% 순이었다.  

신용한도 대출(마이너스 대출)도 마찬가지였다. 카카오뱅크의 평균금리는 2.97%로 5대 시중은행 평균금리 2.73%를 상회했다. 또 카카오뱅크는 1~6등급 차주에게만 마이너스 대출을 내줬다. 반면 국민·신한·하나은행은 1~8등급, 농협·우리은행은 1~10등급 차주에게 대출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8년 7월 출범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 위주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상품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6월 카카오뱅크의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잔액은 1조3400억원으로 총 여신의 21%에 불과했다. 대출 건수 기준으로는 38%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뱅크는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확대 취지로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최근 카카오뱅크는 사잇돌대출을 폭넓게 공급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1~10등급 차주에게 대출했으며 평균금리는 6.64%였다. 5대 시중은행은 사잇돌대출을 1~7등급 차주만 대출을 내줬으며 평균금리는 6.03%였다. 사잇돌대출은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금리인하요구권 미스터리쇼핑에서 5대 시중은행에 비해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 재산 증가 등으로 차주의 신용이 좋아졌을 때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다. 미스터리쇼핑은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영업현장의 실태를 평가하는 일종의 암행 감사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금리인하요구권 미스터리쇼핑 점수는 48점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63.7점, 우리은행은 52.4점, 국민은행은 49.5점, 농협은행은 48.8점, 신한은행은 47.5점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번 금리인하요구권 미스터리쇼핑에서 신규대출 상담시 금리인하요구권 안내 및 이용절차 안내, 설명자료 사용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방식은 조사원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대면상담을 진행하거나 콜센터의 전화상담을 받는 형태로 이뤄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는 은행의 자금 사정, 자산 건전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며 “큰 은행의 경우 자본이 커서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금리대출의 경우 여타 은행의 총액보다 많이 공급하고 있으며, 자본력이 커지면 더 많이 할 것”이라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 수용 대출 금액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농협은행이 9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 94.7%, 신한은행 86.5%, 우리은행 66.3%, 국민은행 49.2%, 카카오뱅크 31%, 케이뱅크 16.2% 순이었다. 

또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대출 금액은 농협은행이 2조2194억원, 카카오뱅크 1조7758억원, 하나은행 9257억원, 국민은행 8015억원, 신한은행 3041억원, 우리은행 1345억원, 케이뱅크 64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장외 주식 거래 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주당 10만8000원, 시가총액 40조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시가총액과 비슷한 것은 과열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KB금융 15조7175억원, 신한지주 13조1523억원, 하나금융지주 8조4068억원, 우리금융지주 6조1609억원 수준이었다. 

햔편 카카오뱅크가 직장인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인상하면서 5대 시중은행과 신용대출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뱅크는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직장인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2.01%에서 2.16%로 0.15%p 인상한다고 공표했다. 

반면 여타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 변동 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주거래 직장인 대출’의 기존 우대금리 항목 가운데 공과금·관리비(0.1%p)를 삭제하는 등 우대금리를 최대 0.5%p 낮춘다고 발표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연 2.03%에서 연 2.13%로 마이너스 대출 최저금리를 2.43%에서 2.63%로 각각 0.1%p, 0.2%p 상향한다고 알렸다.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일반신용대출 금리현황./은행연합회 제공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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