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달 비공식 모임 통해 재계 총수들 현안 살피기도
악화된 대외환경에 '공정경제 3법’ 등 가시밭길 예고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추석 연휴를 보낸 재계 총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업 구상을 위한 전략 짜기에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 같으면 연휴 기간에도 해외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며 경영현안을 살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상황도 어려웠던 만큼 추석을 맞아 휴식을 취하며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4대 그룹 총수들은 지난 달 22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비공식 모임을 갖고 경영 현황을 살폈다.

이들은 각 기업별로 경영 현황에 대한 문제도 살피면서 코로나19 여파에 의해 산업계가 처한 여러 어려움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4대 그룹 총수가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서 만난 이후 두 번째 모임으로 공식적인 회담이 아님에도 이들이 또 다시 모인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 외부 환경이 갈수록 악화 돼 하반기에도 사업 구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함께 대처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이 나란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하게 되면서 재계인들이 함께 모여 위기 대응방안이나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구심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간 10대 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전경련을 통해 재계에 닥친 경영 위기나 도움을 호소해왔지만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라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도가 있지만, 이 곳 역시 한계가 있다는 우려로 개별 만남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국회에서는 ‘공정 경제 3법’ 개정안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확대 ▲지주사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가격·입찰 등 담합의 ‘전속 고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놓고 재계에서는 ‘공정 경제 3법’이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들에 대한 전속 고발제 폐지로 무분별한 고발이 나올 수 있고, 지분율 강화 요건에 따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확보에 나서야 하는 만큼 경영 위기가 더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이 코로나19로 경영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부적 환경도 녹록지 않은 만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며 “또 국내에서도 각종 법안이 발의되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 /연합뉴스

특히 올해 연말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미래 시장 개척에 중요한 시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반도체 시장 급변, 전기차 시장 확대 등 4대 기업 모두가 중요한 기점을 맞고 있다.

이에 연휴나 명절 때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형장 경영을 살펴왔던 이재용 부회장도 이번 추석에는 국내에 머물며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있고,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사법리스크를 해결 하기 위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해소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사업 확대를 위한 배터리 및 자율주행 관련 업체들과의 협력을 도모하면서도 사회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이해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 계획을 지속 추진한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현안을 챙기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 관련 소송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양 측 오너가 만났던 만큼 향후 실마리를 푸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각 기업들의 총수가 만남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위해 협업과 상생 모색이 지속 추진되고 있는 만큼 각종 현안에 따른 위기 극복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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