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진중권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 나오겠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상빈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김정은 북한 국문위원장을 ‘계몽군주’로 표현한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의 계몽군주 논란 해명과 관련해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냐”고 운을 뗀 뒤 “어느 나라 계몽군주가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하고, 코로나 방역에 소총을 사용하냐”고 적었다. 이어 “살해당한 사람 장례식장에서 범인이 ‘계몽 범인’이라 하는 격”이라며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 하던 개그 감각으로 이젠 블랙유머에 도전하나 보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 씨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으로 사과 뜻을 밝히자 “제 느낌엔 계몽군주 같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야권과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자 유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계몽군주 발언을 해명했다.

유 이사장은 “계몽군주라고 말하는 게 칭송으로 들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독재자지만 일반적인 전제군주가 안했던 걸 한 군주를 계몽군주라 한 것이다”며 “생물학적 운명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 김정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몽군주는 좀 더 오래 국가를 통치하고 싶은데 과거처럼 하려니 사람들이 참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통치한 것이다”며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 보다”고 힘주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진 전 교수에 이어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에 ‘고급스런 비유라고요? 천지분간 못하는 비유이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유 이사장의 해명에 정면 반박했다.

“계몽군주라는 고급스러운 단어를 써서 국민이 오해했다더라. 계몽군주는 유 이사장만 아는 고급 단어가 아니다. 고등학교 세계사만 배워도 다 아는 보통 단어”라며 “본인의 지식 세계가 상당히 고급지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일갈했다.

또 “김정은이 선대 군주와 달리 조금이라도 세련되고 유연한 계몽군주가 되길 바라는 건 탓할 이유가 없다. 그가 계몽군주이길 바라는 유 이사장의 기대가 지나쳐서 사실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하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며 “하루 만에 ‘미안하다’고 통지했다고 김정은을 계몽군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을, 바다에 표류 중인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고 불태운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고모부를 기관총으로 쏴 죽이고 이복형을 대낮에 독살한 전대미문의 폭군이다. 김정은의 잔혹함은 애써 무시하고 사과한 것만 부각해 계몽군주로 추켜세우는 것이야말로, 봐야 할 것을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실 왜곡의 극치”라며 “고급스러운 비유가 아니라 천지 분간 못하는 비유라서 욕먹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상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