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성동일이 영화 ‘담보’(9월 29일 개봉)에서 거칠고 까칠하지만 속정 깊은 두석 역으로 분했다. 두석은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9살 난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게 되면서 좌충우돌을 겪는 인물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두석과 승이가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은 가슴 찡한 울림을 선사한다. 성동일은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오가며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연기를 펼쳤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며 ‘담보’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담보’에 왜 출연하게 됐나.

“우리 아이들이 시나리오를 좋아한다. 한 번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으면 안 돼?’라고 묻더라. 그래서 ‘담보’를 하게 됐다. 사실 아이들과 아내가 ‘담보’ 언론시사회에 왔다. 영화를 보고 너무 울었다고 했다. 특히 준이는 (김)희원 삼촌 보고 울었다고 하더라. 빈이는 원래 눈물이 많아서 계속 울었다며 ‘아빠 연기 늘었어’라고 했다. (웃음)”

-대한민국 ‘대표 아빠’로 불리기도 한다. 영화에서 아빠로 자리매김한 건 다른 의미일 것 같은데.

“기존에 내가 연기한 아빠는 친자식들이 있었다. 이번 영화는 처음으로 입양한 자식이다. 친자식이 아니다. 이번 자식이 키우기 제일 힘들었다. 9살부터 성인까지 키워야 하니까. 오히려 친자식이 아니니까 더 조심스러웠다. 친자식이 ‘아빠 자장면 먹자’ 그러면 ‘그만 먹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담보’에서는 ‘그래? 먹으러 갈까?’라고 해줘야 한다. 승이에게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것. 그게 제일 힘들었다.”

-가족 이야기일 수도 있고 두 남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 ‘담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석했나.

“윤제균 감독님을 ‘귀환’ 때문에 만났다가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담보’를 줬다. 실제 내 이야기 같기도 했다. 딸을 키우고 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나이에 맞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귀환’보다 ‘담보’가 더 마음에 든다고 얘기했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영상으로 만들기에는 괜찮을 거라고 봤다.”

-어린 승이를 연기한 박소이와의 호흡이 눈에 띄었다.

“너무 예뻤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아이다. 눈을 보고 강대규 감독에게 ‘눈 보고 뽑았지?’라고 물었다. 굉장히 독특한 눈이다. 영화에서 이불 속에 들어가 우는데 정말 죽겠더라.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다. 촬영장에서 엄마를 찾지 않더라.”

-40대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했다.

“나이든 두석을 연기하기 위해 걸음걸이도 일부러 팔자로 걸었다. 목소리 톤도 낮췄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가지 장면만 살리고 싶긴 했다. 다 큰 승이(하지원)와 통화할 때 ‘아빠’라고 부르지 않나. 아빠 소리를 들은 두석의 마음 하나만 잘 표현하자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무장해제 될까봐 일부러 눈물을 참으며 연기했다.”

-tvN ‘바퀴달린 집’으로 예능프로그램까지 함께 출연한 김희원과 호흡은 어땠나.

“믿는 친구고 동생이다. 술을 못 마시다 보니 술친구는 아니지만 밥 먹으러 자주 집에 놀러온다. 옆에 있으면 마냥 편하다. 굳이 술을 먹지 않아도 잘 논다. 좋은 친구다. (웃음)”

-‘담보’가 흥행한다면 어떤 의미를 남길 것이라고 보는가.

“IMF때 어려운 국민들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작품을 찾지 않나. 사실 경기 좋을 때는 TV에서도 남녀의 연애나 짝짓기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해외여행을 가는 프로그램도 많이 했고. 지금은 제일 멀리 간 게 ‘바퀴 달린 집’이다. 마블 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대한민국 관객들이 중급 예산에 성이 차겠냐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 정서의 영화다. 마블 영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 시국과 우리 정서에 맞는 영화라고 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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