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조제 무리뉴(57)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심리전의 달인’이다. 그는 선수단 훈련에 체력과 전술은 물론 심리까지 주입하기로 소문난 감독이다. 선수 영입과 팀 승리를 위해 필요한 외부 심리전, 선수단 장악을 위해 필요한 내부 심리전에 모두 능하다. “심리전이 아닌 건 경기 결과 뿐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축구에서 체력전은 물론 ‘심리전’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5일(이하 한국 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가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원정은 무리뉴 감독의 심리 기술이 빛을 발한 경기다. 거기에 손흥민(28)과 해리 케인(27)의 황금발까지 더해져 토트넘은 6-1 대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시즌 전적 2승 1무 1패 승점 7이 됐다. 반면 맨유(1승 2패ㆍ승점 3)는 2011년 10월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처음으로 5골 차 대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손흥민, 벌써 시즌 공격포인트 10개째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깜짝 복귀했다. 지난달 27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EPL 3라운드에서 선발로 나섰다가 전반전만 소화한 후 교체됐다. 당시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당분간 팀을 떠나야 한다"고 밝혀 우려를 샀다. 같은 달 30일 첼시와 카라바오컵(리그컵) 4라운드(16강) 직후엔 “A매치 휴식기가 지나고 복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손흥민의 복귀가 늦어질 것으로 예고했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손흥민이 4일 맨유 원정길에 오른 게 현지에서 포착됐고, 5일 경기 1시간 전 발표된 선발 명단엔 그의 이름이 포함됐다. ‘연막 작전극’의 총연출자는 무리뉴 감독, 주연은 손흥민이었던 셈이다.

손흥민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펄펄 날았다. 전반 7분과 전반 37분 모두 골문 측면을 침투해 골을 뽑았다. 경기 중 춤 세리머니까지 하며 정상 컨디션임을 알렸다. 2골 1도움 등 공격포인트 3개를 기록한 손흥민은 축구 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9.7을 부여 받았다.

지난달 20일 사우스햄턴과 EPL 2라운드(5-2 승)에서 4골을 퍼붓고 이어진 25일 KF 스켄디야(북마케도니아)와 벌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차 예선 원정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날로 공격포인트 10개를 달성했다. 리그에선 6골로 도미닉 칼버트-르윈(23ㆍ에버턴)과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손흥민(왼쪽)과 해리 케인(오른쪽).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손흥민에게 날개 달아준 케인

지난 시즌 도움 10개(리그 공동 4위)를 기록하며 ‘특급 도우미’로 변신했던 손흥민은 올 시즌엔 유럽 무대 진출 후 가장 위력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준희(50) KBS 축구 해설위원은 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오프 더 볼 무브먼트가 정말 좋으며 스피드, 양발 슈팅 능력 역시 발군이다. 주변 동료를 보는 시야와 패스 정확도도 물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케인까지 이타적인 축구에 한층 더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금상첨화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손흥민-케인’ 듀오는 EPL에서 무려 26골을 합작했다. 이는 EPL 역사상 5위에 해당한다. 현역 듀오 중에는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하고 있다. 그 뒤를 맨체스터 시티 듀오 세르히오 아게로-케빈 더 브라위너(20골)이 따르고 있다. 케인의 업그레이드된 시야는 손흥민의 득점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손흥민은 아울러 유럽 빅리그(정규리그) 통산 100호골을 달성했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후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에 자리를 잡은 손흥민은 정규리그 299경기에서 총 100골을 뽑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햄스트링 부위에 마법이 일어났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 빅매치에 출전해 팀을 돕고 싶었다. 치료를 잘 받았고 훈련을 열심히 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겨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케인의 추가 골을 도운 것과 관련해선 "맨유는 빅 클럽이다. 냉정하고 이타적이어야 했다"며 "그동안 케인이 제게 많은 어시스트를 해줬는데 저는 그러질 못해 조금 부담이 있었다. 케인에게 어시스트를 해 기뻤다"고 언급했다.

맨유 홈 올드 트래퍼드에서의 대승은 손흥민에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는 "박지성(39ㆍ은퇴) 선배가 이곳에서 뛰었기에 제게는 더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맨유 경기를 챙겨봤다"며 "이번 승리가 믿어지지 않는다. 팀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정말 자랑스럽다"고 털어놨다.

토트넘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19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리그 홈 경기를 벌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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