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왼쪽) 부산 아이파크 감독대행과 박혁순 FC서울 감독대행.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0 파이널B 24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FC서울의 경기는 진정한 의미의 ‘슬퍼 매치(슬픈 경기)’에 가까웠다.

부산은 이규성(26), 박종우(31)의 골로 정한민(19)이 한 골을 넣는 데 그친 서울을 2-1로 제압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최근 3연패를 포함해 6경기 연속 무승(2무 4패)으로 최하위까지 추락했으나 이번 승리로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21)를 제치고 10위(승점 24)로 두 계단 도약했다. 반면 서울은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의 부진을 이어가며 9위(승점 25)로 순위가 밀렸다.

사실 승리한 팀도 활짝 웃을 순 없는 경기였다. 양팀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강등권에 놓여 있고, 감독대행들이 팀을 이끌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부산은 지난달 29일 조덕제(55) 감독이 최하위까지 떨어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놔 이기형(46) 감독대행으로 팀을 꾸려가고 있다. 이기형 감독대행은 서울전 직후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자고 했다”며 “이런 마음을 잊지 않고 나머지 경기들도 잘 준비해서 오늘과 같은 정신력으로 경기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FC서울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시즌 전 기성용(31) 영입 불발과 5월 '리얼돌' 마케팅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후에는 수장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최용수(49) 감독은 7월 30일 성적 부진의 이유로 사임했다. 그 뒤로 김호영(51) 감독대행이 나섰지만 9경기만 지휘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달 24일 김 감독대행과 작별한 서울 구단은 같은 달 26일 열린 K리그1 23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시즌 3번째 사령탑인 박혁순(40) 감독대행을 내세웠지만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내로 다시 신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사실상 선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두 팀은 대도시 연고 팀들이다. 선수 영입과 마케팅에 쓸 자금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기업구단들이기도 하다. 좋은 성적을 내고 팬들의 관심을 끌어들여 K리그의 인기인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현실은 2부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두 팀은 남은 시즌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시즌 종료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자칫 상황이 더 악화되면 2부 강등이라는 서글픈 운명에 놓일 수도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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