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다문화 청소년들의 희망도 함께 물거품으로

지난해 12월 슈틸리케호의 제주도 전지훈련 때 '반쪽 자리' 대표팀의 설움을 실감한 강수일(28·제주)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A매치 데뷔전을 앞뒀지만 뜻밖의 도핑에 발목이 걸리면서 꿈이 꺾였다.

11일 오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가전이 치러진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샤알람 스타디움. 경기 시작 50분을 남기고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에 나서 몸을 풀기 시작했지만 강수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경기 직전 나눠준 출전 선수 명단에도 강수일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취재진이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질문하자 돌아온 "지난달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의뢰해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축구협회는 10일 저녁 늦게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전날 밤 입국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통보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펼치진 대표팀의 전지훈련 때 훈련 멤버로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강수일은 아쉽게 지난 1월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강수일은 그동안 경기도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출신의 선수로 화제를 모아왔다.

어릴 때 '마이콜'(만화 둘리에 나오는 가수 지망생)로 불리던 불량학생에서 축구선수로, 꿈을 꾸는 아마추어 선수에서 프로 축구선수로 성장하면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실력까지 일취월장했다. 지난 시즌 포항 스틸러스로 1년간 임대돼 황선홍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크게 성장하면서 6골3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제주로 복귀해서도 K리그 클래식 14경기에서 5골2도움의 성적을 올리며 득점 8위에 오르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쳐 마침내 정식 태극전사로 등록됐다.

강수일은 지난 9일 취재진과 만나서도 "부족한 실력에도 대표선수가 돼 어느 정도 꿈을 이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 다시 새로운 꿈을 만들었다"고 기뻐했지만 그의 대표팀 생활은 나흘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결국 도핑 테스트에서 상시금지약물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강수일은 이날 밤 한국행 비행기에 쓸쓸히 몸을 싣게 됐다.

지난달 제출한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강수일은 규정에 따라 오는 19일까지 B샘플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제출할 수 있다.

B샘플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면 강수일은 청문회 절차를 걸쳐 징계를 받게 된다.

강수일은 축구협회에 콧수염이 나지 않아 발모제를 발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뜻밖의 도핑 양성 반응으로 강수일은 많은 것을 잃게 됐다.

무엇보다 강수일은 이날 UAE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강수일의 실력을 점검해볼 생각이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도핑 양성 통보가 하루 이틀만 늦게 나왔어도 강수일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을 뻔했다"고 귀띔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