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이준기가 한 번 더 인생작을 경신했다. 최근 종영한 tvN '악의 꽃'에서 이준기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다감한 아빠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진 백희성으로 분했다. 본명은 도현수이지만 백희성의 삶을 대신 살아가고 있는 무감정증 캐릭터로 분하면서 이준기는 존재감을 입증한 영화 '왕의 남자'에 이어 다시 한번 더 인생작을 만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준기는 "항상 작품에 임할 때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데에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며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악의 꽃'은 또 한 번 나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인간 이준기를 한 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종영 소감부터 말해본다면.

"매 작품이 그랬지만 특히 '악의 꽃'은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을 떠나 보냈다는 헛헛함까지.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라는 거였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지금의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런데 2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계속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 보니 문득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에게 다가온 운명과도 같은 작업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다."

- 무감정증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도현수는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을 뿐 순수함을 지녔다는 것에서 다른 작품들에서 다뤄진 무감정 캐릭터와 다르다. 지원(문채원)이라는 인물을 만나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은하(정서연)가 태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감정들을 학습해 나갔을 거라 생각하고 방향을 잡았다."

- 그럼 연기하면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들에 공을 들였다. 감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신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되어 도현수라는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여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다." 

- 아파트 난간 신이나 물고문 신 같은 액션신이 어렵지는 않았나.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마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이 신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더 많이 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내가 좋아하는 액션을 10분의 1 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션보다는 감정에 더 집중했다. 처절하게 내몰리는 신들의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기도 하면서 스스로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도 더 몰입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그럼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무엇인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에 남고 좋았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현수가 처음으로 감정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이다. 이 신을 그려내기까지 나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리허설할 때도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고민했다. 완급 조절에 실패해 시청자분들을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어오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깰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생각할수록 막막해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대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아이가 처음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모습처럼 말이다. 고민이 많아서 그랬는지 찍고 나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게 기억난다."

- 백희성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가족이었는데. 실제 아빠가 될 이준기의 모습이 궁금하다.

"나 역시 백희성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고 좋은 남편, 아빠가 되고 싶다(웃음).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이준기는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거 같다' '딸 바보가 될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가정이 생긴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할 거 같다"

-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시국이기에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 특히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성실하게 몸과 마음 잘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진=나무엑터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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