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적하락에 불완전판매, 직원 셀프대출까지
지점장 금품수수, 고객예금 횡령, 변종꺾기 대출 도마
'금융사고·부패 제로(zero)' 당부 공염불 그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이후 강조했던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국정감사에 나서게 됐다. /연합뉴스, IBK기업은행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이후 강조했던 신뢰·실력·사람·시스템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국정감사에 나선다.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잡음 속에서 "성과로 판단해 달라"며 국책은행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실적 하락을 시작으로 ▲불완전판매 ▲직원 셀프대출 ▲지점장 금품수수 ▲고객예금 횡령 ▲변종꺾기 대출까지 각종 금융사건·사고의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여야 국회의원의 집중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16일 기업은행 비롯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올해 처음으로 국감에 나서는 윤 행장은 누구보다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취임 이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은 물론 경영성과, 내부통제 등에서 모두 허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그의 지난 행보를 냉정히 살펴본다면 국감에서 여야 의원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청와대 출신 배경 탓에 낙하산 인사 논란과 함께 힘겹게 취임에 성공한 윤 행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낙하산 논란'에 대해  "성과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행장 취임식에서는 IBK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며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 등 네 가지를 강조했다.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IBK를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심산이었다.

하지만, 윤종원 행장 취임 이후 기업은행은 연이은 금융사건·사고로 국책은행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있다. 

시작은 지난 4월이다. 기업은행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국 검찰 및 뉴욕주 금융청과 8600만 달러(약 1049억원) 규모의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미국 검찰이 2014년 5월 국내 무역업체 A사의 대(對)이란 허위거래와 관련해 기업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 지 6년 만이다.

기업은행은 A사가 2011년 2∼7월까지 1조원 가량의 위장거래를 인지하지 못했다. 적절하지 않은 자본세탁방지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위반한 거래를 적시에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5월에는 부실 펀드의 불완전판매 사실이 연이어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이 환매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라임레포플러스 9M 펀드' 600억원 가량 판매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 FI D-1호'를 펀드에 편입하긴 했으나 '신탁' 형태로 판매해 환매중단액은 316억원이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라임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신청자에 한 해 각각 투자금 50%, 51% 선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100% 환급을 원하는 투자자의 원성은 사그라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피켓을 든 노조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에는 '직원 셀프대출'에 이어 '지점장 금품수수', '고객예금 횡령'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입수한 ‘2019~2020 기업은행 내부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경북의 한 지점에서 근무한 A지점장은 고객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아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한 개인 고객에게 업무 상담과 거래 편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계좌로 수십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B대리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 4월에 걸쳐 총 5개월간 고객 여러 명의 거치식예금을 임의로 중도해지한 뒤 수십억원을 가상화폐 투자와 타행 대출금 상환 등의 목적으로 수십억원을 횡령했다. C대리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고객명의의 예금 등을 고객의 동의없이 임의 해지해 수백여만원 횡령했다.

지난달 초에는 D차장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 명의를 앞세워 총 29건, 75억70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D차장이 담보대출을 통해 매입한 부동산의 평가차익은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D차장이 부동산을 얼마나 처분해 얼마의 차익을 챙겼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인 국민의 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은행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1337억원으로 국내 20개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피해액을 기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실행하면서 금융상품을 끼워파는 '변종꺾기'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대출 관련 시중은행 자체 점검결과'에 따르면 올해 4~6월에 실행된 코로나19 1·2차 대출 67만7000건 중 다른 금융상품에 함께 가입한 대출은 22만8000건에 달했다. 

기업은행은 42.1%에 해당하는 9만6000건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끼워팔기'를 진행했다. 기업은행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주업무로 하는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실망감은 더했다. 

실적 역시 부진하기만 하다. 기업은행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5570억원) 대비 10.1% 감소한  5005억원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9859억원) 대비 16.7% 감소한 8210억원을 기록했다. 

윤 행장은 취임 당시 강조했던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까지 어느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더불어 취임 이후 임직원에게 '고객 신뢰 회복'을 경영 우선순위로 두고 "윤리헌장을 기본가치로 삼아 청렴도 1등급 은행으로 도약하고, 나아가 '금융사고·부패 제로(zero)'를 실현하자"고 신신당부했으나 공염불에 그친 모양새다.

일련의 사건·사고가 대부분 윤 행장 취임 이전에 진행됐기에 모든 책임을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국책은행으로서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결과물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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