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지시하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WKBL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10일 2020-2021시즌 여자프로농구(WKBL)가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 시즌 우승후보 0순위는 청주 KB국민은행이다. 가장 큰 변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 없이 보내는 시즌은 2011-2012시즌 이후 9년 만이다. 예년과 달리 골 밑을 지키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보니 올 시즌은 '토종 빅맨'을 보유한 팀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22ㆍ196cm)를 보유한 KB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KB의 대항마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이 거론된다. 팀 내 빅맨이 없어 골 밑 높이가 약점이지만,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힌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박혜진(30)과 재계약했고 산전수전 다 겪은 김정은(33)과 기대주 박지현(20)이 버티고 있다. 특유의 탄탄한 조직력과 스피드도 여전하다. 명장 위성우(49) 감독의 지략까지 더해지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우리은행은 개막전에서 거함 KB를 격침하며 저력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10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KB와 원정 개막전에서 71-68로 이겼다. 에이스 박혜진이 1쿼터 5분여 만에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가운데 거둔 승리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KB 박지수를 수비하고 있다. /WKBL 제공

높이의 열세가 우려됐으나 리바운드에서 35-37로 KB와 대등하게 맞섰다. 수비에선 키 180㎝ 김정은과 176㎝ 김소니아(26)가 196㎝ 박지수를 돌아가며 막았다. 정진경(42)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팀 디펜스나 로테이션이 워낙 빨랐다. 높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한 게 느껴졌다. 결국 우리은행이 높이 열세를 극복할 방법은 수비와 조직력이다. 올 시즌 팀 디펜스를 얼마나 견고하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포워드 김소니아의 성장세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날 양 팀 최다인 26득점 13리바운드를 올리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칭찬에 인색한 위 감독도 “김소니아가 아니었다면 오늘 승부는 초반에 끝났을 것이다. 기대 이상 활약이다"라며 칭찬했다.
 
정진경 위원은 “김소니아가 올 시즌엔 팀의 주역이 될 것 같다. 수비, 공격, 리바운드 다 해주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이제 신인 티를 벗고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다. 김소니아가 올 시즌 에이스로 자리잡는다면 김정은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베테랑 김정은도 이날 3점슛 2방을 포함해 24점 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박지현도 경기 막판 값진 레이업을 넣는 등 16점 9리바운드 6도움으로 활약했다. 2년 차 가드 김진희(23)는 25분여를 뛰며 4도움 2리바운드 1스틸로 박혜진의 공백을 메웠다. "선수들 전원이 한 발 더 뛰겠다"는 위성우 감독의 출사표대로 우리은행이 모든 선수의 고른 활약으로 강적 KB를 잡으며 올 시즌 치열한 순위 싸움을 예고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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