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화학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석유화학 호재로 실적 견인”
코나EV 배터리 악재, 성난 민심 제자리…업계 1위 위상 타격 우려
LG화학 사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LG화학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코나 EV등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서 연달아 화재 사고가 발생해 이미지 회복에 애를 먹고 있다.

관련 업계는 LG화학이 이번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전자사업부문의 물적 분할 소식으로 악화된 민심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12일 전자공지시스템을 통해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LG화학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7조5073억원, 영업이익은 9021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158.7%로 크게 개선됐다. 이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LG화학이 3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주로 가전·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ABS와 PVC 등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 확대에 따른 것이다.

올해 3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로 가전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자동차 역시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부진을 털고 3분기 들어 매출이 증가했다.

LG화학의 사업부문별 실적은 오는 21일 예정된 실적 설명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주력사업으로 손꼽히는 석유화학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석유화학 호조와 전지 수익성 개선으로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주력 제품 ABS, PVC, PC, SAP 등이 2010년, 2017년 수준을 뛰어넘는 최대 호황 수준으로 이익 개선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석유화학 분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역설적 수요 발생과 저유가 지속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LG화학 잠정실적 공개, 사상 최초…뿔난 주주 마음 달래기 차원

LG화학이 잠정실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LG화학이 지난 9월 전지사업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하면서 높아진 주주들의 원성을 달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해 자회사로 거느릴 계획이다. 오는 10월 30일 개최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 공식 출범한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주주의 원성이 높아졌다. 일부 투자자는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LG화학의 물적 분할로 투자할 가치가 사라졌다며, 급기야 물적 분할을 저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LG화학은 여론을 달래기 위해 보도 자료를 내고 “IPO를 바로 추진해도 1년 정도가 소요되며, LG화학이 절대적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며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분야도 더 많은 투자로 기업 가치를 키워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사업가치 증대로 기존 주주가치도 제고될 것”이라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LG화학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6거래일 동안 주가가 무려 10만원(13.77%)이 하락했다. 지난달 29일까지 개인투자자는 무려 6000억원에 이르는 지분을 매도했다.

코나EV 화재로 성난 민심 제자리…정면돌파 가능할까

코나EV. /현대차 제공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에도 LG화학을 둘러싼 민심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일부 주주는 여전히 LG화학을 서둘러 매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코나EV에서 거듭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LG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전지사업부문에서 발생한 악재라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2.89% 하락한 67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화학의 잠정실적 반영에도 돌아선 민심이 반영된 모양새다.

현대차 코나EV는 지금까지 국내·외 불문 총 12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8일 국내에 판매된 코나 전기차를 국내 2만5564대, 유럽 3만7366대, 북미 1만1137대, 중국과 인도 등 기타 지역 3000여대 등 총 5만1000여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리콜을 승인한 국토부에 따르면 코나EV의 거듭된 화재 발생 원인은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이다. 제조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돼 내부 합선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LG화학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주행거리 증대를 위해 무리하게 안전마진을 제한했고, 배터리셀 외에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냉각 시스템의 문제로도 화재 발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중국 CATL 등에서 제조한 배터리가 들어간 코나EV는 화재발생이 전무하다. 같은 BMS를 적용한 기아자동차의 니로EV·쏘울EV는 화재 발생 사례가 없다.

게다가 LG화학의 배터리셀을 사용한 지엠의 쉐보레 볼트EV도 미국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조사에 들어갔다. 정황상 LG화학의 배터리셀에 품질 문제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사고 재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판매된 코나EV 13만여대 중 화재 발생 차량은 12건에 불과하다. 더불어 전기차시장이 초기 성장단계인 만큼 전기차 화재 원인이 정확히 규명된 사례가 없다.

향후 책임소지가 LG화학과 현대차 중 어디로 밝혀지느냐에 따라 리콜 비용이 악재가 될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배터리팩 전체가 아닌 모듈 단위 교체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리콜 비용은 최대 2000억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터팩 전체(개당 2000만원)을 교체하는 등 리콜 적용 범위가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귀책에 따라 LG화학이 끌어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관계자는 “LG화학이 글로벌 배터리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그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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