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가기준 법 통과시, 20조 규모의 주식물량 매각해야
구시대적 대기업 봐주기식 법안 vs 기업 손발 묶는 규제정책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삼성생명법 취지를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연합뉴스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법의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험업감독규정 별표11에 대해 '위법한 규정'이라며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할 것을 요청했다.

보험업법감독규정 별표11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적용기준에 대한 내용이다. 이를 살펴보면 보험사의 주식 또는 채권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에는 투자한도의 계산방식이 없고,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조항 역시 없다"며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에서 회계처리기준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유독 보험사만 보험업감독규정 별표11에 따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투자한도를 계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 자리에서 "전체적인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시가평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2003년까지 상위법인 보험업법에 근거규정이 있었지만, 2003년에 삭제돼 현재로서는 근거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선 6월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 및 주식 소유 합계액을 시가 평가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삼성생명법)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모든 유가증권을 평가할 때 시가 등을 반영해 작성된 재무제표상의 가액을 기준으로 하도록 명시했으나, 보험사만 예외적으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다만 '3% 한도 초과분 처분 기한'에 대해선 박 의원은 '5년 이내로 매년 초과 보유분의 20% 이상을 처분하되 금융위원회 협의시 2년 연장'을, 이 의원은 '5년 이내로 매년 초과 보유분의 20%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수십조원 규모의 삼성전자를 매각해야 한다./연합뉴스

삼성생명은 상반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6만주)를 보유했다. 삼성생명이 1980년 삼성전자를 취득했을 때는 한 주당 1072원씩 약 5440억원을 매입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8조원으로, 이 중 삼성전자 주식은 0.17%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삼성전자의 현재 시가(12일 종가 기준 6만400원)로 대입하게 되면 약 30조7000억원으로,  총자산의 9.90% 수준을 차지한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약 9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3% 지분을 제외한 20조원 규모의 주식 물량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삼성화재 역시 1979년 삼성전자 주식을 약 774억원 가량 매입했다. 이는 현재 75조원 규모인 삼성화재 총자산의 0.1% 수준이지만, 삼성생명법을 도입하면 총자산 대비 삼성화재 비중은 6.9%로 증가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약 3조원 가량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약 5조원 이상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법은 금융권을 넘어 제계에서도 '구시대적인 대기업 봐주기식 법안을 개혁할 기회'라는 의견과 '기업의 손발을 묶는 또 하나의 규제정책'이라는 견해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은 위원장은 앞선 7월29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보험업법은 총자산 3%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없지만, 삼성생명은 8%, 20~30조원 가지고 있는데 위법한 사항이 아니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금은 원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어 "삼성생명에 이 문제를 지적했고, 자발적 개선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며 "자발적인 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강제할 수단이 없으니 권고로 한 것이고 전체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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