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에서 성폭행과 성희롱 등 여전히 성 비위 사건이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수령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등 적절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코트라 파리무역관장이 강간 혐의로 현지에서 구속됐던 사건이 있었다”며 “현재까지 구속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원은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직권면직으로 퇴직금을 전액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직원 A씨는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무역관장으로 근무하던 중 같은 사무실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현재 구속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코트라 측은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직권면직 처분만을 내렸고 A씨는 19년여에 달하는 근속년수를 인정받아 1억8407만2489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이 의원은 “공무원 연금법에 의하면 5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의 범죄 사실이 확정되거나 징계로 파면이 될 경우 퇴직금 50%를 감액한다. 이는 수사 중이더라도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공기업인 코트라는 그런 규정이 없다. 코트라 직원들에 의해 성폭력이 수차례 이뤄지고 있는데 코트라 사장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징계에 대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면서도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감사 결과를 토대로 법률 전문가와 상의 후 인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징계 양형을 결정하도록 돼있는데 현재 (해당 직원은) 구속된 상태라서 절차를 밟을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이 “공무원 규정에 의하면 수사 중이거나 혐의만 있더라도 퇴직금은 50% 감액할 수 있다”고 따지자 권 사장은 “코트라는 국가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법 보장을 받는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 맞지만 국가공무원법을 적용받지는 않는다”고 맞섰다.

한편 그 외에도 다수 코트라 해외무역관 직원들로부터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해외무역관 관리자 B씨는 술자리에서 현지 직원에 강제로 술을 권하고 손을 잡는 등 성희롱을 저질렀으나 코트라 감사실은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이라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다른 해외무역관 관장인 C씨 또한 지난해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이 홀로 거주하는 집으로 2차를 요구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으나 감봉 처분에 머물렀다.

구자근 의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코트라 직원의 성 비위와 직장 내 괴롭힘이 잇따라 발생하는 건 기강해이가 도를 넘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코트라 감사실은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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