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중은행, 이달 41개 영업점 폐쇄...업체 떠난 공단지역 등
저축은행 "실익 없는 영업점 떠안기는 어불성설"
저축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발언에 울상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저축은행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금융당국이 폐쇄된 제1금융권의 시증은행 영업점을 저축은행이 채우도록 유도하고, 신용대출 급증에 따라 광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시중은행 폐쇄 영업점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점포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인가제로 운영되는 저축은행 영업점 설치를 신고제로 전환하고, 처리기한을 14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자 저축은행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든 금융권이 공통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면서 영업점을 줄이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은 여타 업계에 비해 영업점 운영비, 판관비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5월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영업점은 총 305곳으로, 5년 전과 비교해 21개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5개 감소했다. 오히려 저축은행은 비대면 수요에 맞춰 모바일뱅킹을 강화하는 추세다. 

저축은행의 판관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8~9월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79개사의 판관비는 6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6662억원 대비 4.02% 증가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판관비는 1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하는 등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일각에선 은행 영업점 폐쇄의 화살이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중은행의 영업점 폐쇄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본여력이 다소 부족한 저축은행에 영업점 확대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윤석헌 금감원장은 시중은행의 영업점 폐쇄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은 이달 총 41개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은 방문 고객 수와 거래량, 인접 영업점 위치, 영업 실적 등을 고려해 영업점을 통폐합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은행 영업점은 6748곳으로, 전년 동월 6931곳 대비 183곳이 사라졌다. 최근 5년 사이 700여곳, 해마다 150여곳의 영업점 문을 닫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폐쇄하는 영업점은 구도심이나 업체가 떠난 공단지역 소재 영업점으로 알고 있다”며 “실익이 없는 곳을 저축은행에게 들어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1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대출 잔액 급증과 관련, 저축은행의 광고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발언하자 저축은행 업계는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은 위원장은 저축은행 대출을 지난해 6월말, 동년 말 그리고 올해 6월 말로 각각 비교해보면 9조원이 증가했다며 저축은행의 광고를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이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대출 잔액 급증을 광고와 연관 짓는 것은 억울하다”며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영끌(영혼까지끌어모은자금)·빚투(빚내서투자) 현상 때문으로 보이는데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저축은행들은 이미지 개선에 중점을 둔 TV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시각장애인이 그리스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며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은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는 서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웰컴저축은행이 함께 달린다는 뜻이 담겼다.  

OK저축은행은 부동산 투기로 경제를 위협하는 ‘얘두사’를 자사 캐릭터 ‘읏맨’이 물리치는 광고를 진행 중이다. 페퍼저축은행도 TV광고를 통해 서민금융회사로서 높은 금융을 허물고 최고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페어하게 퍼팩트하게’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59.3%로 전체 금융 거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은 2018년 9.8%에서 작년 7.4%로 감소했다. 현금인출기와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0.2%에서 26.4%로 떨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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