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유아인에게 영화 '소리도 없이'는 새로운 도전이다. '소리도 없이'는 납치한 아이를 맡기도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 SF 단편영화 '서식지'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극 중 유아인은 말을 하지 않는 범죄 조직 청소부 태인으로 분했다. 한 마디의 대사 없이 행동과 표정, 신음 정도로만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지만 유아인은 그야말로 소리도 없이 묵직하게 감정을 드러냈다. 유아인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대사 없는 연기에 도전한 것에 대해 "변화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걸 반겨줬다. 처음부터 설정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그 이상을 원했을 정도였다. 지금까지의 유아인과 다르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고 나 역시도 외모 변화 같은 것들도 해 볼 만한 시기였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었다.

"신인 감독님들과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시기였다. 안정적인 선택보다는 전과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고 다른 기대를 할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출연하게 됐다."

- 다른 기대가 무엇인가.

"아무래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명한 감독님들과 작업을 많이 했었고 어떤 특정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게 됐는데 그와 다르게 내 몸이 다르게 쓰거나 반응할 수 있는 현장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도발적이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작품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리도 없이'가 정확하게 그 점에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 결국 '소리도 없이'는 배우 유아인의 새로운 도전인가.

"'소리도 없이'를 선택한 이유가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만은 아니지만 어떤 기성의 질서나 규칙에서 보지 못했던 희열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에게서 느끼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작업을 통해서 조금 다른 순간들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10대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내가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의 새로움이 영화에도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나.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좀 더 어둡다고 생각했다. 시각적인 설정 자체가 아이러니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어두운 이야기를 의외의 톤으로 다뤄내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좀 더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표현으로 그려진 것 같다. 담고 있는 내용은 현실적이지만 배경은 그렇지 않다."

- 무엇보다 말을 하지 않는 설정이 생소하다.

"표현을 거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상징적으로 보면 표현의 무의미함도 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니까 전달하지도 않는. 어떤 표현이나 과정들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인간이라면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어떤 평범한 사람들도 표현의 무의미함이나 상처 같은 것들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진 그런 지점들을 포착하고 극대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나에게도 그런 면들이 있을 수 있고. 물론 직업 때문에 비교적 많은 표현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그것들이 겉치레는 아닌지. 예의만 있고 속이 텅 빈 공허한 울림은 아닌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극적으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태인은 그런 것들을 깊숙이 간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 그렇지만 대사가 없는 게 오히려 자유롭지 않았나.

"그렇다. 대사가 없고 머리가 없는 것이 정말 편했다. 옷도 그렇고. 편해지기 위한 노력이나 자연스러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편안한 환경 속에 놓여질 수 있어서 의미 있게 남기도 했다. '소리도 없이' 이후에 찍은 작품들은 메이크업도 안 하고 있다. 이제는 메이크업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웃음)."

- 그럼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은 무엇인가.

"힘이 풀린 것이다. 특히 배에 힘이 잘 풀렸다(웃음). 정말 그만큼 (배가) 나왔었다. 어떤 기자분이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을 '유아인 살쪘어'라고 써주기도 했는데 내가 의지적으로 해내는 표현보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뭔가 큰 것을 하지는 않았는데 시각적 효과가 만들어주는 임팩트 같은 것들도 있었고.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 체중 증량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체중을 늘리기) 시작했을 때는 한 공기를 다 채워 먹는 노력을 했다. 원래 하루에 두 끼밖에 안 먹는데 하루에 적어도 네 끼 이상 먹으려고 노력했고. 아주 게으르게 살고 욕망에 충실하면서 살려고 노력하니까 살찌우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 근육질의 몸을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이번에 체중 증량한 걸 살크업 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오히려 아주 잘 다듬어진 몸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살이 찌고 관리되지 않은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태인은 성격상 팔굽혀펴기 운동 정도는 할 것 같다. 그 안에 근육이 많다."

- 꾸준하게 필모그래피를 잘 그려가고 있는 것 같다. 지치지 않나.

"비교적 이전 세대와는 다른 형태로 살아가고 싶다. 대중과 소통하고 유대 하고 싶은 욕망과 의지가 있다. 모든 걸 성공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번아웃이 돼서 태인이랑 똑같아질 것 같다. 앞으로도 좀 더 소통하고 나누면서 나를 좀 더 보여주고 싶다."

사진=UAA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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