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가 영화 관람료 인상 계획을 밝혔다. 오는 26일부터 약 1000원~2000원 가량 인상된 가격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CGV 측은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 등 고정비에 대한 부담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영화업계 전체의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연 영화 관람료 인상이 침체된 영화업계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 짚어봤다.

■ “영화산업 전체 고려한 방안”..영화관람료 인상 필수일까

CGV에 따르면 26일부터 시행되는 영화 관람료 인상은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조정된다. 이코노미, 스탠다드, 프라임으로 세분화되었던 좌석 차등제는 폐지한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좌석 차등제를 폐지한 이유에 대해 “가격 다양화 정책으로 실행했지만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실제로 관객들이 선택하는 좌석은 프라임석에 집중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객 편의를 고려해 맨 앞좌석인 A열과 B열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당초 영화 관람료는 평일 2D 영화 기준 이코노미(A, B열) 9000원, 스탠다드(C열, E열, 맨 뒷좌석) 10000원, 프라임(F열 등 중간 좌석) 1만1000원이었다. 주말에는 이코노미 10000원, 스탠다드 1만1000원, 프라임 1만2000원이었다. 관객들이 평균적으로 선호하는 좌석은 프라임이다. 이 좌석 기준 관람료는 1000원 상승한 것으로 관객이 어떤 좌석을 선호했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인상 가격이 달라진다. 특별관인 4DX와 IMAX 관람료 역시 프라임 좌석 기준 약 1000원이 상승한다. 고가인 씨네&리빙룸 가격은 내려간다. 평일 2만5000원, 주말 2만75000원이였으나 주중·주말 모두 2만원 선으로 인하한다. 스크린X, 씨네&포레, 씨네드쉐프, 골드클래스는 기존과 동일한 요금이다.

CGV가 요금 인상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다른 멀티플렉스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아직 영화 관람료 인상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CGV의 영화 관람료 인상에 다수의 관객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그래도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는데 요금 올리면 더 안 가게 될 것 같다”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극장 역시 관객들의 회의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요금 인상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황 팀장은 “지속적인 임대료와 고정비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돼 요금 인상을 하게 됐다”라며 “영화업계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낮추기 위해 특별관은 일부 가격 인하를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 상반기 손실 2000억 원..업계 “요금 인상, 영화산업 살리는 일환”

CGV는 상반기에만 2000억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하반기 역시 상반기 못지않게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9일 기준 올해 총 관객수는 5285만5534명이다. 지난 해 총 관객수는 2억2667만8777명에 달했다. 지난 해에 비해 4분의 1도 못 채우는 수치다.

지속되는 영화산업 위기 속 CGV는 상영관 30%를 감축하겠다는 극단의 자구책을 발표했다. CGV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가까이 하락했다”며 “3년 내에 119개 전국 직영점 중 35~40개 가량을 줄일 예정이다. 직영점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극장 문을 닫는 직영점은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관객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CGV는 “운영상 어려움이 큰 지점부터 임대인들과 임차료 감면 협상 및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라며 “특히 손실이 큰 지점에 대해서는 영업 중단 및 불가피한 경우 폐점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상영관 운영은 영화 라인업 및 예상 관객 규모에 따라 보다 탄력적인 방식을 도입한다. 국내 및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한데 따른 것이다”라며 “관객이 줄어드는 주중에는 상영회차를 대거 줄여 운영의 효율성을 기할 방침이다. 주중 관람객이 현저히 줄어드는 일부 상영관의 경우에는 주중 운영을 하지 않고, 주말에만 문을 여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CGV의 요금 인상과 함께 상영관을 대폭 축소하는 극단의 자구책은 위축된 영화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외국보다는 관람료가 저렴하지 않았나”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영화산업을 살리는 일의 일환인건 맞다고 본다”라고 귀띔했다. 가격 인상이 영화계로 분배되는 부금의 증가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영화산업 전반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최선인지는 모르겠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더 나은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사진=CGV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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