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기 캐릭터와 손잡는 은행권
딱딱한 이미지 벗어나 미래잠재고객 유치 수월
스타 마케팅보다 가성비 좋아
은행권이 친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잠재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젊은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K팝 스타를 전면에 내세웠던 은행권이 캐릭터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대비 광고 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로 미래 잠재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K팝 스타 부럽지 않은 캐릭터"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과 은행 적금을 컬래버레이션한 디지털 금융 상품 '우리 200일 적금'이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출시된 이 상품은 19일 기준으로 가입좌수 6만좌(판매잔액 60억원)를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권에서 일 평균 2000좌 개설 상품을 인기상품으로 분류하는데 하루 평균 4000좌가 팔린 '우리 200일 적금'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적금을 유지하면 우대금리가 주어지는 '우리 200일 적금'은 적금 중도 해지율이 높은 젊은층 고객을 겨냥한 상품이다. 20~30대 독차층이 두터운 '유미의 세포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이탈 혹은 잠재고객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미래고객 유치를 위한 우리은행의 캐릭터 마케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스마트스터디와 영유아 마케팅 업무 제휴를 통해 영유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핑크퐁'과 '아기상어' 캐릭터를 이용해 유튜브 콘텐츠와 통장을 출시한 바 있다. 특히 영유아 저축장려 콘텐츠인 ‘저축송’은 34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어린이와 부모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캐릭터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일까. 우리은행은 은행권 대세로 자리잡았던 K팝 스타와 동행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정보기술(IT)과 팬덤 문화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 초에 태어난 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세계적인 걸그룹으로 성장한 블랭핑크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년 동안 블랙핑크의 역동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통해 젊고 혁신적인 우리은행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며 국·내외 고객들에게 다가가며 적지 않은 광고 효과를 봤지만, 재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블랙핑크를 통해 세계적으로 우리은행을 알릴 수 있었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역시 분명했다"면서 "캐릭터 마케팅은 ▲K팝 스타 모델과 비교해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고, ▲이슈 리스크가 없으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고, ▲어떠한 상품에도 적용하기 수월해 10~20대 잠재고객 유치에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우리, 기업, 농협은행은 각각 펭하, 핑크퐁, 아기상어, 무민, 스머프 등을 활용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각 사 제공

기업은행, 국민은행, NH농협은행도 친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핀란드의 글로벌 캐릭터인 '무민(MOOMIN)'을 내세운 'IBK 무민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순수·존중·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무민 캐릭터는 오랜 시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며 “따뜻한 감성을 카드 디자인에 담아 보유하고 싶은 카드라는 콘셉트를 담았다”고 말했다.

'무민’은 하얀 하마를 닮은 무민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만화 캐릭터로 국내외에서 70년이 넘도록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지난 2017년 하나은행이 무민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국민 캐릭터'로 자리잡은 펭수를 입힌 적금통장을 내놓았다. '펭수통장'은 출시한 5일 만에 2600매가 발급됐다. 농협은행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인 라이언을 활용한 'NH X 카카오페이통장', '글로벌 캐릭터'인 '개구쟁이 스머프'로 디자인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을 출시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융권은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곳인데 캐릭터를 활용해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동시에 트렌디하고 글로벌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 고객과 '감성적인 유대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명 가수, 배우, 스포츠스타 등과 비교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캐릭터 마케팅이 단기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캐릭터와 기업 브랜드간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초래할 수 있다. 캐릭터가 브랜드보다 더욱 각인되는 현상에 유의해야 하고 기업 브랜드와 최대한 연관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권세환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는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젊은 고객층의 관심을 금융사로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캐릭터 마케팅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함께 느끼는 공감 비즈니스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마케팅 시장에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캐릭터 마케팅이 단기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캐릭터와 기업 브랜드간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실패 가능성이 커진다"며 "캐릭터가 브랜드보다 더욱 각인되는 현상에 유의해야 하고 기업 브랜드와 최대한 연관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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