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택배 노동자 사망 올해만 11명…CJ대한통운 소속 5명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대기업 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하는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택배기사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국내 택배 노동자 사망 사례는 올해에만 11건이 됐다.

이에 따라 혹사에 심지어 ‘갑질’까지 당하고 있는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계와 관련업계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일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기사 A씨는 대리점의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렸다.

“억울합니다”로 시작한 A씨의 유서는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 같은 경우는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을 빼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라며 “이런 구역은 소장(기사)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도 (대리점은)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지적했다.

또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20여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수입이 줄어 은행권 신용도까지 낮아지자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퇴사를 희망했지만, 대리점은 도리어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택배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답변 외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택배기사들이 혹사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것은 올해 현재까지 11명 발생했다. 이 중 업계 1위 CJ대한통운 소속 사망자는 5명으로 가장 많다. A씨의 경우 대리점의 갑질에 못 이겨 스스로 생명을 내던진 사례라는 점에서 주변을 더 들끓게 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에 달한다. 그 대가로 매달 평균 458만7000원을 받지만 각종 수수료와 차량 관리비, 물품 사고비 등 고정 지출을 제하고 나면 절반 수준인 234만6000원만 수중에 남는다.

이를 주 40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약 157만원이 된다. 최저임금 월급 179만5310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일 극단전 선택을 한 택배기사 A씨의 유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정계와 관련 업계가 이들의 잇단 사망 소식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실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 전국 서브터미널에 설치 완료한 자동 분류기 ‘휠소터’와 올해 보급을 시작한 소형 택배 상품 분류 자동화 시설 ‘MP소터’를 도입했다. 노조의 요구대로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대신 자동화 시설 사용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휠소터가 설치되면서 분류 작업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센터로 왕복하는 횟수가 늘어나 노동 강도는 더 세졌다고 주장한다. 오분류 역시 회사측 주장인 4%가 아닌 10%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CJ대한통운 강남물류센터 현장시찰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과 택배 노조가 참여하는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노위는 오는 26일 열리는 고용노동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무만을 증인으로 채택했을 뿐 다른 택배사 관계자는 증인 명단에서 제외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업계를 향한 감사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택배 회사가 증인으로 채택되어야 하는데 생생내기만도 못한 수준이다”라고 꼬집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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