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권 보유 부동산 중 가장 비싼 곳...지상 3~4층으로 위치 조정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자리에 대형 편집숍이 들어섰다./김형일 기자, 우리은행 제공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우리은행이 값나가는 명동금융센터 위치를 조정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9월 서울 중구 소재 명동금융센터를 지상 1~2층에서 3~4층으로 옮겼다. 대신 1~2층에는 화장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대형 편집숍이 들어섰다. 

명동금융센터는 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 중 가장 비싼 곳으로 상징적인 존재다. 지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공시지가 1위를 기록했다. 

공시지가란 토지 이용 상황이나 주변 환경, 기타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일반적으로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일단의 토지 중에서 대표할 수 있는 표준지를 선정하고 적정가격을 조사·평가해 결정·공시한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명동금융센터는 공시지가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는 392.4㎡ 규모로 올해 공시지가는 ㎡당 1억9200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당 1억775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17%가 뛰었다. 

입지조건 등에 따라 공시지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명동금융센터는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명동금융센터 위치를 조정하면서 일각에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점 고객이 가장 많을 법한 곳이 위치 조정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권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내점 고객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손익관점의 점포전략 일환으로 점포 이동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소유 부동산 활용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가 점포를 꼭 1층에 둘 필요 없다는 것”이라며 “이사회 보고를 통해 위치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타 점포 위치 변경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점포 폐쇄를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은행권이 점포 위치 조정이나 폐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점포 폐쇄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과 농어촌 지역 등의 금융 접근성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8월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윤 원장은 “코로나19 영향과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최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우리 원(WON)뱅킹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WON은 우리금융의 디지털 통합 금융서비스 브랜드 명칭이다. 

지난달 열린 그룹 경영협의회에서 손 회장은 디지털 혁신을 직접 총괄 지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혁신을 그룹의 생존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또 손 회장은 디지털 부문은 인사, 예산, 평가 등 조직 운영체계 전반을 빅테크 수준 이상의 자율성을 갖는 조직으로 바꿔 혁신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빅테크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제공 사업을 핵심으로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특히 손 회장은 은행 디지털 인력들이 근무 중인 우리금융남산타워에 IT자회사인 우리FIS의 디지털 개발인력 250여명도 조만간 함께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손 회장은 디지털 혁신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우리금융남산타워에 제2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매일 오후 장소를 옮겨 근무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는 1962년 옛 상업은행의 명동지점으로 지어졌다. 지난 47년간 건물 1층은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한빛은행 등이 위치했었다.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전경./김형일 기자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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