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다음주 '규제' 중심 신규 부동산 대책 발표 예상
전세 수급지수 역대 최악…공급 없으면 효과 無
전문가 “또 규제 내놓을 듯 오히려 시장 왜곡”
수십여번 규제에도 매매·임대차 시장 혼란 가중
중개업소 창문에 붙은 매매 전세 가격 안내문.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이르면 다음주 24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규제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전월세상한제 혹은 표준임대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여태껏 규제 위주의 정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펄펄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여러 가지 데이터를 점검해 다음주에 관련된 내용이 대책 차원에서 제시되지 않을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자리에서 "가격은 오르고 대상 물량은 줄어드는데 실거래 통계는 전년 동기 대비 늘고 있다"며 "전세 시장과 관련해 실수요자와 서민 보호를 위한 안정화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당정 모두 전세난에 대해 언급한 만큼 부동산 대책 발표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째 대책이다. 이제 관심사는 이번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다. 정책방향은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그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쳤왔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규제 완화가 담길 경우는 적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로썬 가장 유력한 대책은 표준임대료다. 표준임대료는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표준주택을 정한 뒤에 용도라든지 면적, 구조를 따져서 미리 전월세 가격을 정해놓는 것이다. 사실상 규제를 통해 전셋값 누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미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한 준비는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표준임대료 제도 시행을 위해 주거기본법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표준임대료 시행은)내년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되고 우리나라 전체적인 임대차 시장 정보가 쌓이면 그 때가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당장은 표준임대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만, 최근 전셋값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조기 도입을 무작정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밖에 계약 갱신 시 5% 한도 내에서 올릴 수 있도록 한 전월세 상한제를 신규계약 건까지 확대해 세입자의 전세계약갱신권을 한 차례 더 부여한 '2+2+2'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시장 개입이 오히려 전월세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가운데, 가격 누르기 규제로는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91.9를 기록했다. 1주 전(192)보다 0.1포인트(p) 떨어진 수준으로 지난 2015년 이후 전세난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세수급난은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은 193.7을 기록해 2016년 9월19일 이후 처음으로 190선을 넘었고, 경기 역시 196에 달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표준임대료와 전월세 상한제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지금 시장이 불안정한 이유는 수급이 맞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세 수요를 매매수요로 이전한다든지 해야하는데, 취득세까지 올려놨으니 전세 관련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전셋값이 안정될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표준임대료나 신규 계약에 까지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게 하는 방안이 나온다면 전세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역시 규제로 가게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도 수익이 있어야 집을 수리하거나 리모델링을 할 텐데 수익적인 부분을 규제로 눌러 비용조달이 안되면 주거환경 악화가 이어질 것이고 이는 슬럼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규제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닌 단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앞서도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법 등을 업계의 반대에도 규제를 감행했다. 그 직후 우려대로 전셋값은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9일 기준)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0.08%를 기록해 지난주와 같은 수준으로 올랐다. 수도권 역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0.16%에서 0.21%로 0.05%p 올랐다. 전셋값은 서울의 경우 69주 연속, 수도권은 63주 연속 상승한 것이다.

매물도 빠르게 사라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1798개 중 1299곳(72%)은 전세매물이 5건 이하로 조사됐다.

매매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12.16 및 6·17 등 수십번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그때 뿐 이후로는 쭉 우상향했다.

현재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주 연속 0.01% 미미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주 -0.01%를 기록하며 18주 만에 하락 전환했던 강남구를 비롯해 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 모두 보합(0.00%)을 기록했다. 겉으로만 봤을 땐 시장이 안정화되는 듯한 모습이지만, 지금의 서울 집값은 3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2% 가량 올랐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냐”며 “또 규제를 통해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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