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박지현. /W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10일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전(71-68 승)에서 간판 스타 박혜진(30)이 부상으로 이탈해 고민이 많아졌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박혜진은 개막 전부터 족저근막염 증세를 보였고, 결국 개막전 1쿼터에서 완전히 탈이 났다. 때문에 올 시즌 우리은행의 우승 도전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진 ‘기우(杞憂)’인 듯하다.

우리은행은 21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원정 경기에서 79-64로 승리했다. 시즌 첫 연승으로 3승 1패를 기록하며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반 게임 차로 앞서며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베테랑이자 리그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박혜진의 공백은 어린 선수들이 합심해 메우고 있다. 이날 주전 선수 중 가장 어린 박지현(20)이 홀로 23득점 15리바운드를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ㆍ리바운드 기록을 경신하는 인생 경기를 펼쳤다. 종전 최다 득점은 2019년 2월 27일 신한은행전 21득점이었고, 최다 리바운드는 지난 15일 신한은행전에서 기록한 14개였다.

‘인생 경기’를 펼친 선수는 한 명 더 있다. 바로 김진희(23)다. 그는 16득점 7어시스트를 마크했다. 김진희 역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과 어시스트 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다 득점은 2019년 3월 8일 OK저축은행전 6득점이었고, 어시스트는 지난 15일 신한은행전 6어시스트였다. 20대 중후반인 김소니아(26)와 박다정(27)도 각각 17득점과 11득점을 올리며 뒤를 든든히 받쳤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WKBL 제공

위성우(49) 우리은행 감독은 경기 후 박지현에 대해 "피지컬과 능력이 좋은 선수다. 박혜진이 없다고 생각하면 결국 박지현이 해줘야 한다. 그만한 기량도 있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혜진이 없는 지금 어린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선수를 키울 수 없다. 성적을 내는 데 초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박지현이 27세까지 성장하기를 기다리기에는 늦다"고 덧붙였다.

위 감독은 김진희를 두고는 “특히 잘해줬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터져줬다. 괜찮은 선수라 생각해왔는데 지난 시즌에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준비 과정이 좋다. 비 시즌 동안 운동을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 선수가 잘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어 "김진희는 시야가 좋고 수비력과 센스, 힘도 갖추고 있다. 다만 슛이 흔들린다. 과도기인 것 같다. 너무 슛을 쏘지 않다 보니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올 시즌에는 그런 생각하지 말고 던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니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주문했다. 필요한 순간 3점포를 넣었고, 운영도 잘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지현, 김진희, 박다정 등 어린 선수들이 잘 해줘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고 강조했다.

강팀들은 대체로 선수층이 두껍다. 주축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체 자원들이 많은 팀은 그만큼 꾸준한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어린 선수들이 그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팀도 좋고 어린 선수들에겐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좋다. 결국 선순환이다. 올 시즌 경기를 소화하면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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