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인생실습 한다고 생각해.”

영화 ‘젊은이의 양지’는 이제 막 고용시장에 뛰어든 청춘이 타인으로 인해 비극을 맞는 이야기를 그린다. 19살 실습생과 꿈이 정직원인 인턴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다소 투박한 전개가 돋보이지만 고용 불안 시대에서 견디는 청년들을 위로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단서를 통해 인생실습이 남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그린 영화다.

채권 추심 콜센터 센터장 세연(김호정)은 본사의 부름을 받기 못해 좌불안석이다. 계약직인데다 50대에 접어든 세연은 ‘유리천장’을 깨기를 원한다. 세연의 주변에는 자신을 ‘어른’이라고 여기는 실습생 청년 이준(윤찬영)과 취업 준비로 날마다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딸 미래(정하담)가 있다.

세연이 관리하는 센터장은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한다. 세연은 실적이 부진할 시 본사로 가기 힘들 것이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반면 준은 화장실을 갈 시간도 없이 콜을 돌려야 하는 실습생이다. 사진 전공이지만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준. 그런 준에게 세연은 자신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며 “꿈을 포기하는 게 아닌 잠시 ‘인생실습’ 한다고 생각해”라고 조언한다. 준은 여느 날처럼 늦은 밤까지 독촉 전화를 하고 얼떨결에 직접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가게 된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준은 세연에게 전화하지만, 세연은 어떻게든 돈을 받아오라며 윽박지른다. 다시 전화를 한 준은 “연체자가 죽었다”고 말한 뒤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다. 사라진 준은 변사체로 발견되고 세연에게는 준으로부터 사건이 단서가 담긴 메시지가 도착하기 시작한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 리뷰.

‘젊은이의 양지’는 끝없는 경쟁과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게 보내는 사과의 메시지를 담는다. 진정한 어른이라고 믿었던 세연은 별 다를 바 없이 준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버린다. 19살 나이에 불과한 준은 자신이 연체자의 죽음과 관련있다는 죄책감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 세연의 딸인 미래 역시 미래 없는 상황 속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지 오래다. 파리목숨인 세연은 자신의 처지만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느라 미래를 방관한다. 미래 역시 세상을 등지려 하자 그때서야 세연은 자기 반성과 함께 바뀌기 시작한다.

‘젊은이의 양지’는 자본주의로 물든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적이고 극적인 연출로 담아낸다. 청춘의 불안, 어른에 대한 고찰 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풀리지 않는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메가폰을 잡은 신수원 감독은 “좋은 어른은 없는 것 같지만 생각하는 어른이 되자는 마음을 갖게 된 작품”이라며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잠시 숨을 술 수 있는 위안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소 투박하고 극적인 장면들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영화의 의도와 메시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고자 하는 말의 매듭을 확실히 맺는 신수원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메시지의 힘을 놓치지 않는다. 생존만으로 힘든 세상 속 우리가 서야 할 위치와 책임을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오는 28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관람가.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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