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독감 백신 접종 후 잇단 사망
의사협회 “잠정 연기” vs 백신학회 “지속해야”
독감 백신 접종한 뒤 사망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지난 16일 인천을 시작으로 고창, 대전, 목포에 이어 제주, 대구, 광명, 고양, 경북 안동 등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80대 여성이 또 숨졌다.

◆ 잇단 독감 접종 후 사망…“연관성 조사 중”

23일 오전 1시 54분께 부산 부산진구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 A 씨가 호흡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119가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A 씨는 4일 전 지병 치료를 위해 대구의 한 병원을 방문했고, 병원 측의 권유로 독감 백신을 맞았다.

A 씨가 사망하면서 전국에서는 모두 29명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고령으로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지만, 독감 예방 접종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른신들을 중심으로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분들께 심심한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방역당국은 예방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철저히 규명하고 진행 상황을 그때그때 투명하게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과학 영역에 속하는 문제는 전문가의 판단을 믿고 따라야 한다”라며 “질병관리청은 이 분야 전문가와 긴밀히 협의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받도록 신속한 설명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가을철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공포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속출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을까 백신접종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보이기도 한다.

아직 독감 백신에 의한 사망인지 정확한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과 사망의 관련성은 사망이 낮다”며 “예방접종을 중단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질병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주일 새 사망자가 두 자릿수에 이르면서 일각에서는 예방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질병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등 열어 대책 논의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 “잠정 연기해야” vs “지속해야”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예방접종을 두고 지금 접종을 해야 하냐 마느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감은 11월 말에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므로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항체가 형성되는 시간 등을 고려해 독감 백신은 접종 후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예방접종은 적기를 놓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제 시기에 맞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맞아야 할지에 대해 다소 의견 차이를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대한백신학회는 아직 독감 배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신학회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계절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독감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중단이 아니라 일주일간 잠정 유보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이 최근 1주일새 30명 정도로 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질병관리청이 23일 전문가 대책 회의를 개최한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영상 회의 방식으로 연다고 밝혔다. 회의를 통해 독감 예방접종 현황을 점검하고 독감 접종과 사망 원인과 관련성, 국가 백신접종 사업 유지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람은 16일 이후 현재까지 29명으로 늘었다. 다만 이들의 사망 원인이 독감 예방 백신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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