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통합준비위 인원 구성 이견 등 내분… 리우 올림픽 준비 차질 우려

체육계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통합체육회가 출범을 앞두고 심각한 내홍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대한체육회의 김정행 회장과 이기흥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갈등을 드러내는가 하면 대한체육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직한 체육단체 통합추진위원회와 대한체육회 사무처간의 이전투구도 점입가경이다. 체육단체통합이라는 국내 체육계의 역사적 전환점을 앞두고 중추가 돼야 할 대한체육회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김정행 회장은 지난해 11월6일 엘리트 스포츠를 이끌고 있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스포츠를 주관하는 국민생활체육회를 합쳐 통합체육회를 설립하자는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김종 문화체육부 제2차관과 서상기 당시 국민생활체육회장(새누리당 의원),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체육특별위원장 등 4명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줄기차게 추진됐던 체육단체 통합 작업이 결실을 맺는 듯했다. 그리고 지난 3월3일 체육단체통합을 명시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그리고 여야 정치권의 합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고 3월27일 정식 공포됐다.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와 부칙 제3조에 따라 법 공포일로부터 1년(2016년 3월26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통합체육회 설립을 완료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양 체육회는 공식 준비위원회에 참가하기 위해 각각 내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통합 준비위원회는 대한체육회 추천 3명, 국민생활체육회 추천 3명,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3명, 국회 교육문화위원 추천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측 통합추진위원장이 이 구성안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한체육회 내부의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기흥 위원장은 정부와 정치인을 배제하고 대한체육회 7명, 국민생활체육회 7명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일부 대의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통합 일정을 2017년 2월로 1년 늦추는 연기 방안 역시 내부 합의에 실패했다. 내년 2월까지 통합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촉박해 리우올림픽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박에 없다는 설명에 대의원들은 “사전 공지 없이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것은 졸속”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해 상정되지 못했다. 결국 내년 8월 열리는 리우올림픽 이후로 통합이 미뤄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아예 통합이 무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김정행 회장은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휩싸여 있다.

이 지경에 이르자 엘리트 스포츠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 온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도 “문제를 제기하려면 법안 통과 이전에 했어야지 모든 통합과정에 참여해 합의까지 마쳐 놓고 뒤늦게 갈등을 조장하는 대한체육회의 행동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통합체육회의 또 다른 축인 국민생활체육회도 난감한 입장을 드러내며 대한체육회의 내부 조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은 “현재 김정행 회장과 합의한 기존 입장에서 새로 논의되거나 변화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대한체육회 내부 갈등이 진화되길 기다리고만 있다. 대한체육회 내부의 밥그릇 싸움에 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에 대변혁을 가져올 통합체육회 탄생은 빚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기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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