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끝난 한국컵 전국유소년야구대회 8강전에서 나온 홈 승부 장면.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 신한드림배 한국컵 전국유소년야구대회(이하 한국컵)가 반환점을 돌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8월 1일 개막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와 재개를 반복했던 한국컵은 16일 서울 장충어린이야구장에서 재개됐다. 23일부터는 강원도 횡성군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로 자리를 옮겨 열전을 더했다. 새싹리그(U-9), 꿈나무리그(U-11), 유소년리그(U-13), 주니어리그(U-15) 소속 114개 팀이 지역과 팀의 명예를 걸고 치열한 '가을 잔치'를 펼치고 있다. 
 

슬라이딩 중 노원구유소년야구단 소속 선수. 임민환 기자

◆ 1이닝 5홈런·홈스틸! ‘박진감 넘치는’ 한국컵
 

23일부터 25일까지 치러진 한국컵 경기에서 진귀한 장면들이 쏟아졌다. 특히 ‘1이닝 동안 5개의 그라운드 홈런’이라는 전대미문의 명장면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24일 유소년리그 송파구와 노원구의 경기에서 ‘홈런 공방전’이 펼쳐졌다. 1회부터 홈런을 주고받는 난타전이 눈길을 끌었다. 1회 양 팀 합쳐 그라운드 홈런 5개가 쏟아졌다. 좌·우 96m, 중앙 114m 경기장 특성상 외야로 빠져 펜스로 향하는 공은 그라운드 홈런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양 팀 선수들은 1회부터 큰 타구를 잇따라 터뜨렸고, 혼신을 다한 주루 플레이와 파이팅으로 그라운드 홈런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는 11-10 송파구의 승리로 끝났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38년간 단 37번만 나온 홈스틸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한국컵 참가 유소년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와 야구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5일 주니어리그 KT 위즈와 성북구의 경기에서 역대급 '대도'를 꿈꾸는 소년이 있었다. KT위즈 소속 곽현민(15) 군은 4회 2사 1, 3루 기회에서 홈으로 쇄도했다. 성북구 배터리의 발빠른 대처로 홈에서 접전 끝에 아웃됐지만, 주위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곽현민 군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2사였고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상대 투수가 엘리트 선수 출신이었던 만큼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2스트라이크 후 상대 배터리가 방심한 틈을 노렸지만 홈에서 아웃돼 아쉽다"고 말했다.   
 

신중하게 번트를 대고 있는 모습. 임민환 기자

◆ "미숙해도 괜찮아" 보는 재미 더한 본헤드 플레이
 
1907년 당시 18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프레드 머클의 어리숙한 플레이에 어원을 둔 '본헤드 플레이(Bonehead play)'는 한마디로 '멍청한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주최하고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이 주관하는 2020 한국컵에서도 본헤드 플레이에 가까운 출전 선수들의 어리숙한 플레이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가장 많았던 본헤드 플레이는 이른바 '만세'다. 외야로 뜬 공 처리에서 미숙한 장면이 많았다. 낙구 판단이 느려 '만세'를 부르며 공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성급한 마음에 외야로 흐르는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3루타 내지는 그라운드 홈런을 헌납한 사례도 다수다. 
 
또 다른 유형은 '낫 아웃(Not-Out)' 상황이다. 정식 명칭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다. 낫아웃은 2스트라이크 이후 추가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으나 포수가 공을 포구하지 못하고 놓친 경우로 삼진으로 기록되지만 타자는 1루로 뛰어갈 수 있다. 아웃 카운트가 없거나 1아웃인 경우 그리고 1루에 주자가 없을 때만 성립되며, 2아웃인 경우 주자 유무와 상관 없이 낫아웃이 인정된다. 다소 복잡한 낫아웃 규정 탓에 유소년 선수들은 낫아웃 상황에서 1루로 뛰지 않거나 포수가 1루로 송구하지 않아 세이프되는 경우도 나왔다. 
 

입을 꽉 다문채 역투 중인 유소년 선수. 임민환 기자

복잡한 규정으로 선수들이 고개를 떨궜던 또 다른 사례는 보크(Balk)다. 보크는 투수가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부정행위로 지정된 동작이나 행동을 취한 것을 뜻하는 야구 용어다. 투수들이 견제를 할 때 루 방향으로 발을 정확히 내딛지 않고 던지는 경우가 종종 나왔다. 성급한 마음에 견제 동작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공을 던져 진루를 헌납한 투수는 고개를 떨궜고, 진루한 주자는 환호했다. 
 
불운이 겹쳤던 사례도 있다. 몸 쪽으로 향하는 공을 피하는 과정에서 방망이 끝부분 동그란 손잡이인 ‘노브’에 공이 맞아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워한 선수도 있고, 공을 피하는 과정에서 홈플레이트 쪽으로 몸을 돌려 심판의 헛스윙 콜을 받은 선수도 있다. 이렇게 다소 미숙한 플레이가 종종 나왔으나 ‘공부하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소속 팀 선수들은 열정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했고,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다이아몬드를 가득 채웠다. 
 
한편, 25일 치러진 주니어리그 경기에서는 KT 위즈가 성북구를 5-2로 제압했고, 부천시는 도봉구에 4-3 승리를 거뒀다. 유소년리그에서는 하남베이스볼리즘과 시승시run이 승전고를 울렸고, 꿈나무리그에서는 안양워너비와 하남베이스볼리즘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새싹리그에서는 바른야구가 도봉구에 추첨승을 올렸고, 위례와 천안시는 은평구EBM과 남양주에코를 눌러 이겼다.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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