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요 그룹, 미래 먹거리로 선행투자…코로나 팬더믹으로 본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실험실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제약바이오 시장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K바이오가 두각을 나타내며, 주요 그룹의 행보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 삼성·SK 등은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도 있으며, 향후 국내외 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업체도 눈에 띈다.

 

궤도 오른 삼성·SK 바이오 사업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MO(위탁생산)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 매출 7895억원, 영업이익 20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7016억원과 영업이익 917억원을 초과 달성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월 말 현재 올해 수주액만 1조812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3048억원)와 비교하면 6배에 가까운 액수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한 7659억원, 영업이익은 1228억원으로 창립 8년 만에 처음 흑자 전환했다.

이처럼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씨를 뿌린 바이오 분야가 어느 정도 삼성에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주목, 202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2월 삼성은 C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고 밝혔다.

SK도 제약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IPO(기업공개) 흥행 돌풍을 일으킨 SK 바이오팜부터 SK케미칼, SK 디스커버리, SK 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도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신청했다. 또 지난 7~8월 연달아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의 위탁 생산·공급 계약을 맺었다.

SK의 제약바이오사업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최태원 회장까지 대를 이어 30여 년을 투자한 끝에 얻은 결실이다.

지난 1993년 최종현 회장은 화학에너지 사업의 뒤를 이을 성장 동력으로 제약바이오에 주목했고, ‘P(파마슈티컬: 의약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5~30년 후 SK바이오팜의 잇단 신약 개발과 상장 대박 등의 결실을 본 것이다.

 

바이오 재도약 노리는 LG, 오리온

LG는 지난 1979년 세운 ‘럭키중앙연구소’가 제약바이오 사업의 모태로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에 눈을 떴다. 하지만 2002년 지주사에서 LG생명과학이 분사되면서 바이오 사업이 뒷걸음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생명과학은 2017년부터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됐고,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가 기존의 LG생명과학의 사업을 담당한다. 다만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는 3분기 1721억원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냈다. 모기업 LG화학에 흡수 합병된 이후 분기매출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복합신약과 백신, 당뇨병 치료제, 에스테틱 제품 등이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누계 매출은 49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고 영업이익은 461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아울러 LG화학은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바이오클러스터인 보스턴에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고 신약 개발 R&D 승부수를 띄웠다.

LG화학은 현재 7개 수준인 임상 단계 신약 과제를 오는 2025년까지 15개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22일 열린 오리온홀딩스와 산둥루캉의약 간 바이오 사업 합자계약 체결식.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펑신(彭新) 산동루캉의약 동사장(董事?). /오리온 제공

오리온홀딩스도 제과 시장을 넘어 160조원 규모의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에 진출한다.

오리온홀딩스는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22일 바이오 사업 합자계약을 체결하고, 오리온홀딩스가 65%, 루캉이 35%의 지분을 투자해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가칭)를 설립,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리온홀딩스는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고 중국 진출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오리온홀딩스는 발병률이 높은 암 중증질환과 전염성 질환 등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키트를 중점 사업영역으로 선정했다. 초기 바이오 사업역량을 키운 다음 장기적으로 합성의약품, 신약 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바이오 진단 전문기업 ‘수젠텍’의 결핵 진단키트와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의 중국 내 인·허가를 추진하고 판매할 방침이다.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부회장은 “오리온의 중국 내 브랜드파워와 시장의 높은 신뢰도, 사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현지에 선보이고,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됐다”며 “간편대용식, 음료에 이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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