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임수향이 순수 멜로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바로 최근 종영한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내가예)에서 오예지로 분하면서다. '내가예'는 한 여자를 지켜주고 싶었던 형제와 그들 사이에서 갈 수 없는 길과 운명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임수향은 감정 표현이 솔직하지만 뒤끝이 없는 미대생 오예지로 분해 서진(하석진)과 서환(지수) 사이에서 각기 다른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그렸다. 자극적인 설정으로 인해 자칫 막장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가슴 절절한 멜로로 폭넓은 감정선을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임수향은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연기자로서 고민도 많이 하고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양한 감정선으로 깊은 감정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거에 감사하다. 이 드라마가 가진 색을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 색이 지닌 감정을 시청자분들이 잘 느껴주고 예지의 삶도 공감해줘서 그것도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 파격적인 소재와 설정이었는데.
"각오하고 시작했다. 두 남자 사이에 있는 여자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지닌 운명과 인생의 서사가 잘 풀어져 있고 그것들을 어떻게 설득하며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감독님과 고민 하면서 풀어가는 게 재미있었다. 예지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설득시켜야 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분석도 더 많이 했다."

- 막장 소재를 너무 이성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드라마가 방송되는 9시 30분이 청소년 보호 시간이다. 그래서 11시에 방송되는 것 보다 풀어낼 수 있는 요소가 적었던 것 같다. 그래서 확실히 아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모든 분이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파격적으로 해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자극적이지 않아서 아름답게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처음에 설정 들었을 때 공감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충분히 공감했다. 처음부터 시동생으로 만난 게 아니니까.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현실을 도피하고 가족을 갖고 싶었던 여자가 한 선택에 대해서 얻은 일종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지가 중간에 배신당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기도 했으니까. 충분히 그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집에서 안 나오고 버티는 건 이해가 안 되기도 했지만 예지라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대해 갈망이 컸으니까."

- 사연이 있는 인물이라 연기할 때 어려웠을 것 같은데.

"작품 할 때마다 어렵지만 이번에는 특히 어려워서 처음 연기 시작했을 때 대본 봐준 선생님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래서 선생님이랑 같이 대본 분석하고 리딩하면서 대본 전체를 외워버렸다. 그리고 촬영 중간에도 없는 시간 쪼개서라도 수업 잡아서 선생님이랑 대화하려고 했다. 감정의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돼서 그만큼 준비도 열심히 했다."

- 예지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지만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닌데.

"내가 상상한 엔딩은 중년이 된 예지와 환이 추억의 장소에서 다시 재회하는 거였다. 아무 말 없이 예지가 벤치에 앉아서 젊은 시절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추억하고 있으면 중년이 된 환이가 오는 거다.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이 서로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드라마 제목과도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이런 엔딩을 제의하기도 했는데 사실 지금의 엔딩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예지 입장에서는 환이를 위한 선택을 한 거다. 가족이 없는 삶이 어떤 건지 예지는 너무 잘 아니까."

- 서환과 서진 중 어떤 캐릭터가 더 이상형에 가까운가.

"어렸을 때라면 진이같이 나쁜 남자가 더 끌렸을 것 같다. 손에 잡힐 듯 안 잡히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안정감 있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선택할 것 같다."

- 실제로 연기하면서 감정에 몰입해서 설레기도 했나.

"그런 순간들이 많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실제로 나도 예지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키스를 할랑 말랑할 때 그냥 해버릴 걸 그랬나 하기도 했다. 매번 연기할 때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 연기를 하다 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 실제로도 이성을 참으면서 하는 편인가.

"나는 직설적으로 하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많이 참는 편이다. 소심하기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하고 나서도 집에 가서 잘했나 안 했나 계속 생각할 것 같다(웃음)."

- 그럼 예지와 실제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

"나는 예지처럼 아량이 넓지 않다. 만약 남편이 7년 동안 없었는데 다른 여자가 찾아왔다면 그 순간 끝냈을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인연을 잘 끊지 못하는 편이기는 하다. 그런 점에서는 비슷하다."

- 드라마의 제목이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인데 임수향에게 그때는 언제인가.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아역 친구를 보는데 그 친구가 정말 예뻐 보였다. 그래서 '정말 예쁠 때다'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나를 보면서 '니 나이가 예쁠 때다'라고 하고 할머니는 또 엄마한테 똑같은 말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 자기가 가장 예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다 보니 잘 깨닫지 못하고 과거를 추억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과거에 내가 예뻤다고 생각하고 미래에 예쁘게 될 거라고 기대하고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예쁠 때다. 그걸 생각할 여유도 없고 기회도 없었지만 이 작품 하면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지금이네. 그런데 나는 그걸 여태 모르고 살았고 예지도 그랬구나'라고 생각했다. 예지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사랑받아 왔었으니까. 결국 지금의 나도 예쁘다고 생각한다."

사진=FN엔터테인먼트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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