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유재명이 자신을 "전략과 전술이 없는 배우"라고 칭했다. 유재명은 최근 개봉한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살기 위해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는 창복으로 분했다. '소리도 없이'는 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 유재명은 앞서 tvN '응답하라 1988', '비밀의 숲', JTBC '이태원 클라쓰' 등을 통해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도 높다. 작품마다 높은 화제와 인기를 얻고 있는 유재명은 "현재 나에게 주어진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한다. 항상 좋은 결과가 나와서 행복하지만 한 편으로는 겁나기도 한다"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 니까 어떡하지하는 마음도 들지만 결국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동료들에게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느리지만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완성본 보니 어땠나.

"시나리오 읽은 것부터 영화 찍고 1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오랜만에 작업한 영화를 보니까 떨렸다. 궁금해서 감독님한테 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막상 영화 보니까 시나리오 봤을 때의 낯설고 기묘한 이야기가 영화의 색다른 매력으로 잘 완성된 것 같다. 음악이 들어가고 색깔이 예쁘게 나와서 내가 읽었던 시나리오와 비교해 완성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 유아인과의 호흡 걱정하지 않았나.

"태인이 말이 없고 창복만 말을 하니까 힘들다면 힘든 상황이지만 창복이 하는 말들이 이성적이거나 장문이지 않아서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태인이 말이 없기 때문에 힘들 것 같지만 오히려 내 마음대로 조율하면 되는 거라 편했다. 그래서 완급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정보를 전달하고 템포와 리듬을 주는 데 집중해서 작업하려고 했다."

- 태인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연기하면서 말이 없어도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느꼈고 태인이 말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몸으로 툭 치면 화가 났다는 느낌이 피부로 전해지니까. 그런 두 남자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니 기묘한 이야기가 되고 기묘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충격적인 이야기가 되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상한 영화가 된다. 이걸 하나의 여행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관객분들이 이런 여행에 동참해줬으면 한다."

- 극적인 상황을 빼놓고 본다면 선과 악의 회색지대에 사는 게 이 세상과 비슷한데.

"그 모습을 잘 표현하려고 애쓴 영화다.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가를 모호한 지점에서 보여준다.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떤 경계에 있는 거다. 모호한 지점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관점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 모호한 경계 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영화다. 구체적으로 누가 나쁘다고 강압적으로 정해주지는 않는다."

- 애매모호 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렵다기보다 어떻게 표현되어서 나올지 궁금했다. 글로 쓰인 걸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하는데 글로 써진 건 영화로 만들어진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뜨겁고 무거웠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게 표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어려웠다. 너무 과하면 매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창복을 적당히 밝고 친밀감 있게 표현하는 그 경계를 찾는 것도 중요했다."

- 그럼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맨 처음에 계란 팔면서 '팔천만 원'이라고 하는 게 마음에 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 좋은 계란 장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트럭에서 태인과 나누는 신도 좋았다. 그 외에도 좋은 장면들이 많다. 만족한 건 아니지만 잘 해냈다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 필모그래피를 보면 현실적인 메시지를 다루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왕 배우라는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갈 거라면 그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현실을 나라는 작업자가 고민해서 잘 표현하고 그것이 작은 계기로 회자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보람 있는 일이니까. 좋은 일을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못 하고 사는데 직업을 통해서라도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 불행 중 다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는데.

"창복이 주문처럼 하는 말처럼 늘 감사해야 하는 것 같다.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코로나19 이후에 날씨가 좋았을 때 하늘을 보면서 예쁘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처럼 주위 사람과 영화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지금까지는 몰랐다. 그래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변명거리를 이 영화를 통해 만들어서 안전하게 잘 즐겼으면 한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워크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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