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박지수.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부녀(父女)’는 농구 선수, ‘모자(母子)’는 배구 선수. 여자프로농구 현역 최고 센터 박지수(22ㆍ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의 집안 얘기다. 아버지 박상관(51) 씨는 선수 시절 실업팀 삼성전자를 거쳐 서울 삼성,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에서 프로 생활을 했다. 어머니 이수경(52) 씨는 청소년 배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실업팀 현대에서 뛰었다. 오빠 박준혁(23)은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서 센터로 뛰고 있다.

박지수와 오빠 박준혁은 각각 배구 선수와 농구 선수가 될 뻔했다. 박지수는 최근 본지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배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선배님이 배구 코치 선생님이셨다. 화서초등학교 2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는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배구를 하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마침 그해 오빠가 농구를 시작했다. 골이 들어가는 게 재미있어 보였고 그래서 농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오빠는 이후 배구 선수가 됐다”고 웃었다.

◆롤 모델은 남자 농구의 오세근

박지수는 최고의 농구 선수가 되기 위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아버지(200cm)와 어머니(180cm), 오빠(205cm)까지 자신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 3명의 평균 키는 195cm다. 박지수의 키(196cm)와 거의 비슷하다. 거기에 마음만 먹으면 아버지에게 농구를 배울 수 있었다.

다만 박지수는 “아버지께서는 늘 코치 선생님에게 농구를 배우라고 하셨다. 자신이 관여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고, 코치 선생님이 추구하는 농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따로 농구 과외를 해주지 않으셨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렸을 때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비 선수 출신이라도 자녀의 농구에 많이 관여하셨는데 아버지는 좀 달랐다”고 떠올렸다.

롤 모델은 남자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오세근(33ㆍ안양 KGC인삼공사)이다. 박지수는 “지금도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 특히 오세근 선배님을 좋아했다. 데뷔 초반 정말 대단하셨다. 미들 슛과 파워가 좋으셨다. 골 밑에서도 상대 수비수들을 농락하셨다. 농구를 쉽게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저는 어렸을 때 플레이를 하기 전에 생각을 해야 그 플레이가 나왔는데 오세근 선배님은 수비를 보고 플레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본받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오세근과 대화를 나눠봤느냐’는 질문에 박지수는 “제가 숫기가 없다. 대표팀 시절 마주쳤는데 인사만 드리고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고 답했다.

KB 박지수(왼쪽). /WKBL 제공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개인 기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외국인 선수 없이 치러지고 있는 올 시즌 박지수는 리그 최장신 선수로 등록돼 있다.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고 있다”는 그는 “대중교통을 탈 때 천장에 머리가 닿는 게 가장 불편하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에는 앉아 있기도 힘들다. 비즈니스석을 타도 웅크리고 눕는 수준이다”라고 키에 관한 일화를 전했다.

평균 27.8득점 15.8리바운드 3.4블록(이상 리그 1위). 박지수는 미국프로농구(NBA) ‘공룡 센터’ 샤킬 오닐(48)의 전성기 기록을 연상케 하는 평균 기록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그동안 패스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바깥에서 도는 경향이 존재했다. 이제 더블팀 수비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선 공격에 더 욕심을 내야 할 것 같다. 골 밑에서 발을 빼는 것이라든지, 여러 기술들을 보완해야 한다”며 “아울러 센터이지만 안덕수(46) 감독님 말씀처럼 포워드의 움직임까지 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수가 소개한 KB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다. 그는 “코트 위 5명의 신장이 대체로 큰 편이고, 모두 중요한 순간에 마무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라며 “선수단 소통이 잘 된다. 감독님이 소통을 중요시하시는데 그래서 선수들이 뭔가 잘 안될 때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선수들이 어떤 부분을 제안 드리면 감독님도 생각해보신 후 수용하시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KB 박지수. /WKBL 제공

◆빵ㆍ방탄소년단 좋아하는 ‘소녀 박지수’

체격은 크지만 성격과 취향, 입맛은 ‘소녀 감성’이 배어 있다. 박지수는 “농구장에선 농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평소엔 낯을 많이 가린다”며 수줍어했다. 자신을 ‘집순이(야외 활동보다 집에서의 활동을 선호하는 여성)’라고 칭한 그는 “빵을 좋아한다. 맘모스빵부터 소보로빵, 케익 등 다 좋아한다. 베이킹에도 관심이 많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박지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세계적인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박지수는 “노래가 좋아서 영상을 찾아 보니 퍼포먼스까지 좋더라. 모든 곡을 좋아한다. 이번 신곡도 정말 듣기 좋더라. 멤버 중엔 특히 지민(25)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발전해가려 한다. 그는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데뷔 후 처음 결장을 해서 아쉬웠다. 올 시즌엔 전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 팀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농구 선수로서의 최종 꿈과 관련해선 “역대 최고 센터 계보에 들어가도 뒤쳐지지 않을 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 전설로 기억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의미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가훈이다. 또한 제가 다짐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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