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날 청와대 청원도 등장, 정치권에서는 의견 갈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故)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을 상속인들이 내야 할 상속세가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50% 수준의 상속세율이 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우리나라를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끌고 도와주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셨다”며 “그런데 재산 18조 중에 10조를 상속세로 가져가려한다. 이게 말이나 되냐”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이라는 기업 무너지면 우리나라에 엄청 큰 타격이 오게 된다”며 “그 18조라는 돈 세금 다 내가면서 번 돈으로 세금을 두 번씩 때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제발 삼성도 생각해달라, 삼성은 우리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우리나라는 삼성을 위해 이런 것도 못해주냐”고 전했다. 27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이 청원은 5265명이 동의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 가치(23일 종가기준)는 18조2251억원으로 상장지분에 대한 상속가액은 고인의 사망전과 사망후 2개월 평균 주가로 산출된다.

이에 상속세 총액이 18조2251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의 할증률인 20%를 할증한 다음 50% 세율을 곱하고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10조90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0조가 넘는 상속세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상속인들이 이 금액은 현금으로 다 내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나누어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연부연납은 연이자 1.8%를 적용해 첫 세금 납부 때 내야 할 총액의 6분의 1만 내고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이후 자금 마련을 위해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배당확대를 포함해 유족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매각,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IPO), 주식담보대출 등 다양한 현금확보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문제는 이런 과도한 상속세율이 기업들의 경영 운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이다. 부의 대물림과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취지와 달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역효과만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편 토론회에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속세는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1965년부터 2013년까지 48년간 상속세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6개국을 실증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수 비중이 0.1%p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하고, 민간투자 증가율은 1.7%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원 교수는 “기업 영속성과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며 “스웨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고, 미국은 상속세율 인하와 동시에 기초공제액을 높여서 부담을 줄였으며 일본은 가업 상속 특례확대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법정 최고세율이 50%로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OECD 11개 회원국은 실효성을 이유로 상속세를 폐지했으며 스웨덴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자본소득세로 대체한 상황이다.

재계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상속세를 놓고 의견 차이가 분분한 상황이다. 전날 국민의힘 소속인 나경원 전 의원은 고인을 애도하며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올바른 수준인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부고 소식에 서둘러 ‘상속세 똑바로 내라’는 엄포부터 내놓는 정치권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저는 의문”이라며 “대한민국의 상속세율, 과연 생산적인 가업승계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국내기업 보호에 있어 올바른 수준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삼성과 우리 경제의 새출발, 새 질서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한다. 세금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양보 될 수 없는 핵심적 질서”라며 “이제 총수인 이 부회장도 혁신적 태도와 준법경영을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각종 공제 혜택 등을 반영한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하에 상속세율 조정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삼성그룹은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상속재산 처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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