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웅 최고경영진, 윤 전 회장 개인회사 수시 방문
대웅 측 "윤 전 회장, 사임 후 경영서 배제…해외사업 논의 차원"
윤재승 전 대웅그룹 회장이 개인회사인 이지메디컴에서 나오는 모습. /제보자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대웅그룹 현(現) 경영진이 윤재승 전 회장에게 경영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다”

전직 대웅그룹 관계자는 이같이 주장했다. '한스경제' 취재진은 지난 2018년 직원에게 상승적인 폭언과 욕설로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윤재승 전 회장의 경영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가 최대 주주(지분율 23.79%)로 있는 이지메디컴 서울 신사동 사옥을 방문했다.

현장 취재를 통해 대웅그룹 및 관계사 최고 경영진이 각종 서류를 들고, 이지메디컴을 찾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27일 오전 11시 남색 정장에 검정색 셔츠를 입고 이지메디컴 본사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박현진 ㈜대웅 개발 본부장도 동행했다. 이들이 도착하기 약 5분 전 대웅그룹 관계사인 윤현승 시지바이오 대표이사 사장도 방문했다.

이와 함께 취재진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2건의 동영상을 입수했다. 첫번째 영상은 지난해 여름 촬영된 것으로 이지메디컴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로프라자 빌딩에 윤 전 회장이 드나드는 모습이 담겼다. 또다른 하나는 같은 건물에 윤재춘 ㈜대웅·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방문하는 영상이다.

27일 오전 윤재승 전 대웅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인 이지메디컴을 찾은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임민환 기자

대웅그룹 CEO 2인(人), 윤재승 전 회장 미팅 왜?

눈에 띄는 점은 이지메디컴을 방문한 윤 사장과 전 사장 모두 대웅그룹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라는 것. 윤 사장은 ㈜대웅과 대웅제약 등 양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전 사장은 대웅제약에서만 등기이사다. 박 본부장만 미등기 임원이다. 

또한 윤현승 사장은 시지바이오의 대표이사고, 이 회사는 조직가공처리업·의료용 기기 제조 및 판매하는 곳으로 최대 주주는 지분 55.88%를 보유한 ‘블루넷’이다.

아울러 블루넷은 윤 전 회장(53.08%)과 부인 홍지숙 씨(10.35%), 장남 윤석민 씨(6.56%) 등 전 대웅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69.99%를 갖고 있는 가족회사다.

윤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갑질 논란 직후 회장과 이사회 등 대웅그룹내 모든 임원직에서 이름을 지웠다. 그러나 본인의 지분(11.61%)과 개인회사인 블루넷(0.26%), 아이넷뱅크(0.16%), 엠서클(1.77%), 디엔컴퍼니(1.77%) 등을 활용해 ㈜대웅의 최대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윤재춘 ㈜대웅·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대웅제약 관계자가 서류 뭉치를 들고 이지메디컴을 방문하는 모습. /제보자 제공

대웅그룹 전 임직원 “윤재승 전 회장, 여전히 경영 관여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개인회사와 대웅그룹 및 관계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만큼, 막강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대웅그룹 및 관계사 이사회 소속 최고경영진이 실제 윤 전 회장에게 경영 관련 보고 및 지시를 받는다면, 이는 ‘꼼수 사퇴’ 또는 ‘막후 경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전 대웅그룹 임직원들은 실제 윤 전 회장이 막후 경영을 벌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웅제약 전 직원 A 씨는 “이지메디컴 앞에 있으면 대웅그룹 핵심인물(최고경영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웅그룹 전 직원 B 씨는 “윤 전 회장이 개인회사에서 대웅 임원으로부터 수시로 (경영)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업계에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이지메디컴을 방문한 박현전 ㈜대웅 개발 본부장. 대웅그룹 BI가 선명히 찍힌 쇼핑백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임민환 기자

시민단체, 윤재승 전 회장 시장·주주 기만

시민단체와 의결권 자문업체 등은 윤 전 회장이 실제로 대웅그룹 경영에 관여한다면 시장과 주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한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이) 회장은 물론 사내이사 등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로 실제 경영보고 등을 받고 있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주주 위치에 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만약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윤 전 회장) 개인회사가 대웅그룹으로부터 비정상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면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물론 회사 운영 관련해서 보고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피드백(Feedback)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회사에서 물러난 사람이 경영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지시를 한다면 자연스러운 경영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사회가 이런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 주주들도 이런 행위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웅그룹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은 사임한 후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며 “이에 일부 언론에서 경영참여 여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룹과 관계사 경영진이 윤 전 회장과 미팅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진출을 결정했는데, 당시 함께 사업을 진행하기로 해 회의를 한 것”이라며 “그룹 경영 전반에 윤 전 회장이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윤 전 회장의 대웅그룹 경영 관여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과거에 그가 사용하던 집무실도 현재는 회의실로 변경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Who is 윤재승, 검사 출신 제약·바이오 재벌 2세

윤 전 회장은 1962년생으로 대웅그룹 창업주 윤영환 전 회장의 3남이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6년간 검사로 생활하다,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을 시작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어 1997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2009년 둘째 형인 윤재훈 부회장이 대웅제약 대표에 오르고, 윤 전 회장은 지주사인 대웅 대표로 이동했다. 이를 두고 당시 윤 전 회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지자, 윤 전 회장은 2012년 대웅제약 대표로 복귀했다. 게다가 지주사인 대웅 대표도 겸하게 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 경쟁에서 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9월 대웅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윤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직원에게 상습적인 폭언 등 이른바 '오너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웅그룹은 윤재춘, 전승호 사장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대웅제약은 1961년 1월 대한비타민산업주식회사로 설립됐으며, 1973년 4월 기업 공개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후 1978년 2월 대웅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2년 10월1일 투자는 ㈜대웅이, 제조 및 사업 대웅제약이 맡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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