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종이서류 실손 청구가 사실상 99%,
여·야 모두 실손 청구 간편화 법안 추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보험연구원 유튜브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실손보험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처럼 정보기술(IT)이 발달한 나라에서 보험금 청구를 위한 의료비 증빙서류를 전자문서로 자동으로 보내지 못하고, 종이서류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는 상황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이 언급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상용화라는 부분에서 진화한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활용, 누구든지 365일·24시간 온라인과 연결되는 세대를 일컫는 웹(Web)4.0과 일맥상통하다.

앞선 웹3.0 시대는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범람한 가운데 웹이 사용자 개인에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식으로 편집해 제공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낸 세대를 일컫는다.

현재는 웹3.0을 지나 웹4.0으로 가는 시점인데, 금융권 역시 지난 8월5일 데이터3법 시행 후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병원에서 관련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별도로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사실상 99% 종이서류로 청구된다./보험연구원 제공

보험연구원이 8월 공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가운데 76%가 종이서류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손보험 이용자 4분의3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은 서류를 ▲팩스(31%) ▲보험설계사(23%) ▲방문(16%) ▲우편(6%)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 앱(21%)이나 이메일(3%)로 청구해도 보험사에서 수작업으로 전산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종이서류 청구가 99%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손 부위원장의 발언처럼, 현재 웹4.0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폐쇄적이고 구시대적인 보험금 청구 방식 때문에 절대 다수의 금융소비자가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도입할 경우, 전국의 모든 병원과 보험사의 전산망이 연결돼 보험 가입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한결같이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정보를 보험사에 전자상으로 발송하는 과정에서 사적이고 민감한 정보까지 보험사가 알게 돼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보험업계가 의료데이터 집적시 일부 과잉진료 문제 제기를 할 것을 염두 한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의 과잉진료는 보험사의 손해율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돼 결국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손의료보험 위험손해율은 131.7%를 기록했다. 이는 129.1%를 기록한 지난해 동기 대비 2.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밖에 발생손해액은 5조8000억원, 위험보험료는 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위험손실액은 1조4000억원이다.

제21대 국회에선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피보험자가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요양기관에 요청할 수 있게 하고 보험사가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산체계 구축과 운영에 대한 사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위탁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앞선 10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이제는 낡은 관습을 버리고 현 시대에 맞는 탈바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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