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웅-메디톡스 잇단 분쟁…휴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국 허가
대웅제약 외관.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 보톡스 시장 대표 3인방의 운명이 엇걸리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각종 분쟁에 휘말린 가운데, 그 사이 휴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등 홀로 질주가 예상된다.

 

OUII, 대웅제약 나보타 ‘무기한’ 수입 금지 의견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내 불공정수입조사국(OUII)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최종 판결이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은 무기한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대웅제약의 이의 신청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ITC는 지난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판단하고, 나보타의 10년 수입 금지를 권고하는 예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대웅제약이 예비판결이 합당치 않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ITC가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OUII가 다시 대웅제약의 의견을 반박하며 10년이 아닌 ‘무기한 금지’라는 더욱 강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OUII 의견에 사실상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주장은 예비판결 때부터 이어진 것으로, ITC에서도 편향적인 의견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국내에서는 후발주자지만 국내 보톡스 제품 중 처음으로 2018년 미 FDA의 허가를 받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이에 지난 해 나보타의 국내 매출은 113억원에 그쳤지만 ‘주보(나보타의 미국명)’의 미국 매출은 1320만달러(약 153억원)을 기록하며 미국 진출 1년 만에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싸고 지난 2016년부터 갈등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왔다. 국내외에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고 지난해 1월에는 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한 뒤 결과를 기다려왔다.

ITC 재판부는 당초 내달 6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ITC 측 공지로 인해 2주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ITC의 보툴리눔 톡신 관련 결론기일은 오는 11월 19일이다.

만약 ITC가 대웅제약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메디톡스 외관. /연합뉴스

메디톡스, 식약처 잇단 품목허가 취소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에서 불리한 입장이 돼가고 있지만 메디톡스도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두 차례 ‘메디톡신’의 허가를 취소해 사업 존속 자체가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 19일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메디톡신과 '코어톡스'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해당 제품을 회수·폐기하는 동시에 품목허가 취소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 측은 "식약처가 메디톡스의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 약사법을 적용한 이번 조치는 명백히 위법 부당하다"며 "즉시 해당 행정처분의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메디톡스는 다음날인 20일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신청했다.

이 밖에도 메디톡스는 식약처와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4월 식약처가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점을 근거로 메디톡신 3개 품목의 잠정 제조와 판매를 중지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메디톡신을 개발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보톡스 기업이 됐다.

지난해 메디톡스 매출액 2000억원 중 메디톡신 매출은 절반이 넘는 112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544억원, 수출로는 583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메디톡신의 퇴출은 메디톡스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휴젤은 26일 강원도 춘천 신공장 부지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휴젤 제공

'中 판매허가' 휴젤…경쟁사 분쟁에 반사이익

두 회사가 잇단 분쟁으로 흔들리는 사이 휴젤은 약진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 21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수출명 레티보)의 판매 허가를 승인받았다. 보툴리눔 톡신으로 중국 판매 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 최초 승인 사례다.

2025년까지 약 1조 75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국, 유럽 다음으로 큰 빅 3 시장으로 꼽힌다.

앨러간의 ‘보톡스’와 란저우연구소의 ‘BTX-A’ 제품만이 정식 판매되고 있어 국내 기업에게는 글로벌 기업 도약 및 해외 매출 확대를 위한 핵심 시장으로 주목받아 왔다.

휴젤은 이번 중국 시장 진출을 신호탄으로 오는 2021년 유럽, 2022년 북미 시장까지 글로벌 빅3 시장 진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휴젤은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두고 생산기지 확대에 나섰다. 자사 보툴리눔 톡신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강원도 춘천 거두농공단지 내에 400억원의 자본이 투입되는 3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의 중국진출이 늦어지고 있어 당분간 휴젤의 중국 내 점유율 확대는 무난하다”며 “오는 2024년에는 점유율 20%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연구원은 또 “휴젤이 경쟁사 판매금지에 따른 국내 점유율 확대, 코로나19 완화와 중국시장 진출에 따른 수출 확대 등으로 내년은 매출 2398억원, 영업이익 91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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