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 코로나19 사태에서 기후위기까지의 발생원인과 해법을 찾아보면 ESG와의 밀접한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ESG가 기업의 생존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비재무적 요소다. 전통적 방식으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을 평가하는 재무성과만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기업 활동,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역량, 건전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한 비재무적 성과가 핵심가치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 한 ESG개념은 2006년 UN책임투자원칙(PRI)에 반영되면서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미지개선이 목적인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 활동결과의 일부분이라면, ESG는 CSR를 확장해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과정을 구체화한 전사적 차원의 평가지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경제를 흔들면서 ESG 확산에 대한 시의성과 당위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가 기후위기와 코로나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받으면서 환경책임이 크게 부각된다.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로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박쥐가 서식하는 곳까지 사람들이 침범하면서 인수공통의 감염병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과 유례없는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난의 현실화 위력을 실감하면서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전 인류적 공감대와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올 초 국제결제은행(BIS)은 지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듯이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는 자연생태계와 시민사회를 위협할 뿐 아니라 화폐와 금융의 안정성까지 흔들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그린 스완’의 금융위기를 경고한다. ‘그린 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블랙 스완’을 변형한 말이다. 기후변화가 경제와 사회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와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금융위기까지 촉발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자연재해로 인해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단기간 식료품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홍수, 폭염 등의 자연재해로 각국 금융기관·기업·가정 등의 경제적 비용과 재정적 손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BIS가 기후변화의 자연재해로 인한 실물경제의 타격이 금융회사로 전이돼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온다는 ‘불편한 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환경문제를 넘어 금융문제로 인식되어야한다. 기후 리스크를 산업과 금융의 가치평가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이유다.

이미 세계적 자산운용사 미국 블랙록에 이어 노르웨이 국부펀드,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등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ESG투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은 모든 금융회사의 ESG 공시의무를 도입하고, 탄소국경세 법안마련을 발표했다. 국내 국민연금도 전체 운용자산중 약 60%를 ESG 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한다.

ESG요소가 투자의사 결정과정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은 비록 이윤창출에 성공하더라도 ESG 관리에 실패한다면 생존을 위협받게 되는 뉴노멀(New normal)에 직면하고 있다. ESG는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잣대다. 그래서 단기적 수익성과 바로 연결하기보다 잠재적 리스크 관리와 미래 성장 동력의 요인을 조직에 내재화하는 장기적 전략이 ESG경영의 핵심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SK, KB금융 등 눈에 띠는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아직은 ESG 대응이 미온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국내기업의 ESG등급’ 결과에 따르면 대상기업의 68%에 달하는 상당수 기업들이 여전히 ESG 경영에 취약한 실정이다.

BIS와 IMF 등 국제 금융기구가 개별 금융회사의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의 주요기능인 대출과 투자 지향점이 기업 활동의 속성과 체질을 바꾸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권이 ESG 측정과 표준화에 앞장서 돈의 흐름과 포트폴리오를 환경변화 대응으로 바꿔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ESG요소는 기업가치 평가와 투자 의사결정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프레임이다. 모든 기업이 ESG 평가에 대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금융이 ESG 평가에 대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에 나서 기업의 ESG경영 활성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금융의 특성을 감안할 때 ESG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이다. 금융이 ESG요소에 대한 통합적 가이드라인을 제시, 지금은 모호하고 제 각각인 ESG 정보기준에 객관성과 신뢰성을 부여한다면 기업의 ESG 경영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치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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