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 기대,
금융소비자 인식 개선책도 필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내년부터 도입된다./보험연구원 제공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꾸준히 높은 손해율을 기록한 실손의료보험이 소비자 개인의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된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손해율 개선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 중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방안을 최종 확정·발표한다'고 28일 밝혔다.

보험연구원 또한 앞선 27일 공청회를 열어 ▲비급여 진료항목 이용량 연계 보험료 할증 ▲자기부담률 상향 ▲통원 진료비 자기부담액 상향 ▲연간 보장상한 하향 ▲비급여 진료 특약 분리 등 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내년 상반기 중 도입될 예정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이날 "그동안 보험산업은 실손보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건강안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2019년 한해만 해도 실손보험에서 2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영업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실 실손보험의 재무 상태가 안 좋아진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기본형과 비급여를 보장하는 특약형으로 나눠 할인·할증 방식으로 보험료를 차등한다는 점이다. 비급여 진료비 청구량을 구간별로 나눠 할증을 적용하면 비급여 청구량 상위 2% 가입자는 다음해 비급여 보험료가 최대 300% 할증된다. 그러나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비급여 부분 보험료를 5% 할인받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업계에 '착한실손보험(2017년4월부터 판매 중인 3세대)의 보험료를 1%대로 내릴 것'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손해율이 상이한 구실손보험(2009년9월까지 판매된 1세대)과 표준화실손보험(2009년10월~2017년3월까지 판매된 2세대)에 인상폭을 강제하고 착한실손보험도 보험료 인하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실손보험으로 심각한 손해를 보는 실정이다. 손해보험협회에 공시된 각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공시를 살펴보면, 지난해 메리츠화재 담보(기본형 합계)의 손해율은 115.5%를 기록했다. 보험료로 10만원을 받았는데 11만5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이밖에 ▲한화손해보험 128.3% ▲롯데손해보험 112.1% MG손해보험 122.7% ▲흥국화재 116.4% ▲현대해상 119.9% ▲KB손해보험 120.8% ▲DB손해보험 112.0% ▲농협손해보험 107.6% 등을 기록했다. 학계에 따르면 올해 손해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운영에 따른 적자만 약 1조2066억원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업계 역시 ▲신한생명 109% ▲농협생명 102.5% ▲동양생명 101.8% 등 손해율을 기록했다. 업계 입장에선 현 실손보험 제도를 개선책 없이 지속해서 유지하는 방법은 결국 일반 소비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역시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가입자의 2% 정도가 실손보험 손해율의 주범인 상황에서 4세대 실손보험이 도입되면 장기적으로 과잉진료에 의한 손해율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단위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90% 이상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상황인데, 100만원 이상 청구자는 2% 미만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보면 기존 가입자가 많기 때문에 영향이 적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실손보험의 존립 등을 고려했을 때 필요했던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신규 가입자들은 4세대 실손에 가입할 테니 10년 정도 지나면서 손해율 등 지금의 부작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4세대 실손보험이 손해라는 금융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아직까진 보장 조건이 좋은 기존 실손보험을 무조건 유지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은 할증 뿐 아니라 할인도 이뤄진다는 점에서, 청구도 안 하는데 보험료만 납부하는 금융소비자의 불만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차원의 효과 기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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