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예상외 호실적 기록하며 시장 가치 입증했지만 소송건은 부담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R&D센터 전경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입찰이 시작되면서 총 6곳에서 입찰에 들어간 만큼 시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36.07%)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지주·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을 비롯해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유진그룹,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MBK파트너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알려지면서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최근 GS건설이 참여하게 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GS건설은 주택·플랜트 사업 위주의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고 건설장비 시장에 나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중국 시장의 성장과 전 세계 건설기계 수요의 회복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보여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9284억원, 영업이익 17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9%, 14% 증가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4월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서 총 3조6000억원을 긴급 지원받기로 하고 채권단에 자산매각·유상증자 등으로 3조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 이행을 위해 두산그룹이 올 한해 그룹 계열사 지분과 유휴 자산 매각에 집중한 결과 현재 매매계약이 체결된 건만 ▲두산솔루스 6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 4530억원 ▲동대문 두산타워 8000억원 ▲클럽모우CC 1850억원 ▲네오플럭스 730억원 총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미니 굴착기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여기에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성사되면 3조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관련 소송에 따라 7000억원이 넘는 채무를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은 가격 하락 요인으로 남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중국에 법인을 세우면서 DICC의 지분 20%에 해당하는 자금을 하나금융투자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 보유 지분 일부까지 함께 시장에 팔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후 중국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3년간 기업공개(IPO)가 성사되지 않아 지분을 다시 파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비협조로 매각이 무산됐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은 두산인프라코어에 책임을 물어 “약 7000억원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에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자들과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심사로 꼽힌다. 이미 자구안 마련을 위해 절반 이상의 자금을 마련한 만큼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두산인프라코어를 급하게 매각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 시장 가치를 인정받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이미 두산중공업에 대한 유상증자 계획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룹의 핵심 사업 계열사를 쉽게 매각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부채가 워낙 많은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매각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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