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주인공이 포기하는 영화는 처음이다. OST에 이렇게 음이탈이 많이 나는 영화도 처음이다. 영화 ‘걷기왕’은 아주 재기 발랄한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20일 개봉하는 ‘걷기왕’은 멀미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나 매일 4시간을 도보로 왕복하며 등교하는 강화도 여고생 만복의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심은경이 만복 역을 맡아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열일곱 살 소녀의 심리를 표현했다.

영화의 시작은 만복이 차는 물론 배, 자전거 심지어는 소를 타고서도 극심한 멀미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만복 아버지(김광규)는 “정신력의 문제”라며 다그치지만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 다니는 만복의 모습을 보면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만복의 재능을 알아본 담임선생님(김새벽)은 만복에게 경보선수의 꿈을 추천한다.

얼떨결에 꿈을 받아든 만복은 수지선배(박주희)를 쫓아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다. “공부는 싫고 운동은 쉬워보여서 하는 것 아니냐”는 매서운 말에도 만복은 꿋꿋하게 전국체전까지 출전한다.

전개는 평범한데 그 과정은 독특하다. 일단 배우 안재홍이 소 소순이로 등장해 내레이션을 한다. 사람의 시각이 아닌 소의 시각이라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또 만복의 경보선수 분투기가 그려지는 장면에선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를 모은 ‘타이타닉’OST ‘My heart will go on(마이 하트 윌 고우 온)’의 리코더 버전이 흘러나온다. 노래 자체는 웃긴데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만복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해서 안타깝다.

결말은 반전이다. 만복에게 “얼른 일어서” “끝까지 가야지”라고 소리치는 담임선생님이 이상하게 보인다. 꿈을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여타 자기계발서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골인 지점에 꼭 통과할 필요는 없다는 위로와 동시에 천천히 가더라도 진정한 꿈을 찾자는 응원을 전한다. 그 방식이 유쾌하면서도 때론 당혹스럽지만 소규모 영화라서 가능했을 도전이 아닐까. 

사진=CGV아트하우스

황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