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간 외산 기업들의 무덤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이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자 신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말 그대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5년간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올해 약 11%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급격히 성장한 산업 규모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해짐을 의미한다.

온라인 게임 시장도 성장세가 둔화된 한편 신작의 부재까지 겹친 상황이다.

▲ 한국스포츠경제 DB

이를 통해 국내 게임사들은 전략적 마켓인 해외 시장으로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구가하는 산업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가까운 아시아 시장을 비롯해 북미·유럽 권역으로 진출한 기업들이 늘고 있어, 신규 시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권이 비슷한 중국은 사실상 최대 수요처이지만 산업 정책상 진입장벽이 높아 기업들이 손쉽게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모바일 중심 힘 키운 중국, 韓 시장 역습

실제로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통해 세계 최대 수요 반열에 올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1조5,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7조8,000억원까지 상승했다. 약 3년만에 5배 이상의 규모로 급성장한 상황이다.

이러한 성장 곡선은 중국 내 거대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정책 지원을 통해 형성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중국 앱마켓 시장의 성장이 산업 전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국 내 개발 인력을 모셔가며 유사 장르의 게임을 만들었던 예전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반복되는 해킹 사건과 IP 유출을 이유로 2010년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체 앱마켓 시장이 육성됐다.

콘텐츠 복사, 해킹 등 다양한 문제로 정체 위기에 놓였던 중국 게임 산업은 거대 자본과 인력을 바탕으로 유명 게임업체 인수·합병(M&A)를 통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텐센트, 바이두, 360, 완도우쟈, 샤오미, 화웨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체 앱마켓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게임들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고유 정책 때문이다.

▲ 그래픽=채성오기자

특히 텐센트는 2011년 미국 라이엇 게임즈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후 지난해 지분 전량을 취득하며 전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유저층을 흡수했다. 앞서 2012년 언리얼 엔진 개발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의 지분을 48.4%를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텐센트는 올해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마저 사들이며 산업 영향력을 확대했다.

국내 기업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카카오의 지분도 확보해 한국 시장 진출 및 공동 프로젝트를 위한 교두보도 마련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중국 기업 투자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텐센트는 국내 기업에 약 1조원 이상의 투자를 감행했다.

■ 엔씨소프트·조이시티 출격, 흥행 거둘까

이미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다.

룽투, 로코조이, 이펀컴퍼니 등 중화권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다양한 게임을 출시해 앱마켓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명’ ‘검과마법 for kakao’ 등 다양한 모바일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흥행을 거뒀고, 새로운 게임도 연거푸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출시 후 1년여가 지난 현재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톱3를 수성하고 있는 웹젠의 ‘뮤오리진’도 중국 개발사 킹넷의 작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모바일 시장이 중국 기업들에게 잠식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국 내 해외 콘텐츠 유입이 어려운 중국 시장에 역진출하는 것은 무용지물일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이 유력한 틈새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시장 공략은 필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스마일게이트가 2008년 온라인 FPS ‘크로스파이어’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 약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둬들이며 시장에 안착한 전례가 있는 만큼 불모지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모바일의 경우 특성상 앱마켓 공략이 힘들기 때문에 현지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엔씨소프트(모바일)와 조이시티(온라인)가 대표적이다.

▲ 리니지 레드나이츠.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는 1990년대 말, 국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리니지’ IP를 활용한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Lineage Red Knights)'의 중국 사전 서비스 사전등록을 지난 14일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현지 퍼블리셔 알파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알파게임즈의 신작 발표회를 통해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공개한 바 있다.

▲ 알파게임즈 신작 발표회에서 정진수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발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역할수행게임(Role Playing Game, RPG) 장르의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향후 알파게임즈가 현지 서비스를 맡아 중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더불어 엔씨소프트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골프게임 ‘팡야’의 모바일 버전 ‘팡야 모바일’을 중국에서 서비스한다.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바이두 게임즈 역량의 밤’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팡야 모바일은 개발을 거쳐 내년 중 현지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바이두 게임즈를 통해 서비스되는 팡야 모바일은 새로운 캐릭터 모델링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조작법을 통해 리뉴얼 된다.

조이시티의 경우 중국에서 온라인 축구 게임 ‘프리스타일 풋볼’의 2차 CBT를 진행한 이후 정식 출시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 중국명 '자유족구'로 CBT를 진행중인 프리스타일 풋볼. 호가 홈페이지 캡쳐

중국 시장에서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호가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를 거쳐 서비스를 진행하는 프리스타일 풋볼은 타이틀명도 ‘자유족구’로 변경했다. 현지 게임 채널 바이두, 17173, Sogou, 360 등 다양한 업체를 통해 접속할 수 있어 빠른 시장 안착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글로벌 게임 산업 전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수요처”라며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폐쇄적인 현지 정책으로 인해 진입 및 유지가 힘든 만큼 철저한 현지화 및 맞춤 콘텐츠를 통해 공략하는 것이 흥행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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