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허인혜 인턴기자] ‘눈물’은 멜로드라마에서 특별한 공격무기다. 눈물 한 방울로 알콩달콩한 연인 사이를 갈라놓았다 붙였다 하며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확 끌어올렸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는 사랑에 흔들렸던 눈물이 현실을 반영한 변화의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SBS 수목극 ‘질투의 화신’, tvN 월화극 ‘혼술남녀’, 18일 종영하는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 등장하는 눈물은 사랑보다 다소 찌질한 혹은 일상의 치사함에 밀린 슬픔이 더욱 와닿는다. 이런 눈물을 우리는 ‘짠내’라 부른다.

■ ‘질투의 화신’ 웃프다, 이화신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질투의 화신’ 속 고정원의 상황이 딱 이렇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내 친구와 셋이서 동거를 하자고 한다. 여자친구 때문에 말 한 번 거역한 적 없는 어머니와도 척을 졌는데 이별 통보까지 당했다. 여자도, 친구도, 엄마도 잃은 고정원의 ‘딱함 지수’는 이화신보다 한 수 위다.

그런데 시청자의 마음은 이화신을 향한다. 드라마 팬들은 남주와 서브 남주의 팬덤으로 갈려 다투곤 한다. ‘질투의 화신’ 팬들의 지조는 ‘일방통행’ 이화신이다. 이화신의 짠내도 만만치 않아서다. 3년간 매몰차게 거절해왔던 여자에게 갑자기 마음을 쏟으며 연신 체면을 구긴다. 절친 고정원이 스튜디오로 들어와 “짝사랑을 3년이나 받아 쳐 먹냐, 재수 없는 XX”라고 욕할 때, 고정원의 말이 맞는데 이화신의 “표나리와 손도 잡고, 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자고 싶다”는 말이 밉지 않다. 이화신 짠내의 정점은 유방암이다. 마초남 이화신의 유방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웃음보와 눈물샘을 동시에 자극한다.

■ ‘혼술남녀’ 여주인공보다 많이 운다, 김동영

‘혼술남녀’에서 여주인공 ‘노그래’ 박하나 교수보다 많이 우는 이가 있다. 거의 매회 ‘꺽꺽’ 울어대는 이 캐릭터는 돈 없고 출세 못해 사랑 잃은 9급 공시생 김동영이다. 5년 동안 연애했던 여자친구에게 문자로 이별을 당한 뒤에도 붙잡지 못하며 짠내를 풍긴다. 친구 기범이 전 여친의 SNS 속 의미심장한 게시물들을 편집해 보여주자 전화를 걸어 따지는 모습도 ‘웃픔’의 주범이다. 김동영은 본가에서 십시일반 뒷바라지를 해주는 설정으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에도 자주 눈물을 쏟는다. 여기에 더해 행정학 강사 민진웅 교수도 짠내 담당이다. 퇴근 시간 알람을 사수했던 이유가 아내 때문이 아니라 치매에 걸린 모친을 챙기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4일 방송에서는 어머니의 유고가 등장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 ‘구르미 그린 달빛’ 독주 짠내 이영

‘구르미’의 원톱 이영의 짠내는 끝까지 간다. 극 초반 신하들의 텃세에 밀려 주춤거리더니 유일하게 믿었던 호위무사도 백운회의 일원이다. 사랑하는 여인 홍라온은 역적의 딸이었고, 가까운 신하인 내시 상선도 백운회의 사람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 김윤성과는 정치 싸움 때문에 점차 멀어진다. 그 뒤를 조하연과 김윤성도 바짝 쫓고 있다. 조하연은 이영을 향해, 김윤성은 홍라온을 향해 반쪽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구르미’의 짠내는 달콤한 사랑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독을 먹고 쓰러진 이영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궐 안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급반전이 예고됐다. ‘구르미’는 18일 마지막회를 방송한다.

사진=각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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