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식 건물이 들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띄는 감포 해국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특별할 것 없는 곳인데, ‘골목’이란 것이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이 공간에 발을 슬쩍 들이미는 순간 현재의 치열함은 사라진다. 어릴 적 동경 게워내 곱씹게 되고 어느덧 마음 시나브로 푸근해진다. 골목의 정서는 가을을 닮았다. 하늘 푸르고 단풍무리 화려한데, 눈은 자꾸만 마음 깊은 곳을 주시하게 된다. 가을에 골목 한번 기웃거려 본다. 몸이 아닌 마음이 훌쩍 자란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이런 골목 품은 여행지를 11월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 경북 경주 감포 해국길

감포공설시장 건너편에 조성된 ‘해국길’은 옛 골목 정취 오롯이 남아있다. 일대는 1920년대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이주하며 어촌이 형성된 곳이다. 당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많다. 일본 어민이 살던 ‘다물은집’을 비롯해 당시 가옥들이 여러 채 남아있다. 옛 창고와 우물, 목욕탕 건물 등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감포항 북쪽 절벽에 자리한 송대말등대도 본다. 문무대왕릉까지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 서촌의 명물 대오서점.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서울 서촌

경복궁 서쪽이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서촌이다. 청운동ㆍ효자동ㆍ창성동ㆍ통의동ㆍ신교동ㆍ통인동ㆍ옥인동ㆍ체부동ㆍ누상동ㆍ누하동ㆍ사직동 일대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고층 건물이 없고, 큰 길에서 조금만 들어가도 미로 같은 골목 사이로 낮은 한옥과 다세대주택이 이어진다.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소품 가게 등이 골목마다 자리잡고 있다.

서촌 탐방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한다. 자하문터널 방면으로 이어지는 자하문로를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을 나눠 돌아보면 편하다. 서쪽 공간, 실핏줄처럼 퍼져 나간 골목의 오래된 풍경이 감성을 자극한다. 동쪽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아 ‘아트 투어’를 즐기기에 좋다. 인근 북촌에는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한옥과 공예체험이 가능한 공방들도 자리잡고 있다.

▲ 수원 화성 행궁 인근 행궁동 공방거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수원 행궁동

수원 화성 일대가 행궁동이다. 220여년 전 수원 화성이 지어질 당시부터 번성해 수십년 전까지 수원의 대표적인 번화가였던 곳이다. 요즘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1997년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며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 된 탓이다.

주민과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골목에 벽화를 그리며 행궁동이 활기를 찾았다. 요즘은 수원 화성을 찾는 사람들이 행궁동까지 벽화골목 보러 온다.

행궁동 골목에는 벽화마을ㆍ공방거리ㆍ수원통닭거리ㆍ지동시장 등 각각이 특색 뚜렷한 공간들이 공존하다. 수원 화성을 구경 후 골목으로 슬쩍 빠지면 볼거리, 먹거리 등이 가득하다. 서울에서도 멀지 않아 주말에 잠깐 짬을 내 찾아도 좋을 곳이다.

▲ 원주중앙시장 2층에 위치한 미로예술시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원주 미로예술시장

원주중앙시장 2층에 미로예술시장이 있다. 이름처럼 미로 같은 골목이 특징이다. 미로를 헤매다가 마음에 쏙 드는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낡고 인적 드물던 시장 상가 2층은 젊은 예술가들의 합류로 재미난 공간으로 변신했다. 여심을 사로잡는 물건들이 가득한 가게, 젊은층의 아지트가 되는 주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방, 벽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골목미술관 등 인상적인 곳들이 많다.

가을에 원주 즐길 곳들 많다. 치악산 구룡사 금강소나무숲길은 단풍이 예쁘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는 문학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발길이 잦고 소설가 박경리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박경리문학공원도 가을 산책 공간으로 제격이다. 여기에 미로예술시장 하나 더 추가한다.

▲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촌 골목.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대전 원도심

대전 대흥동ㆍ선화동ㆍ은행동ㆍ중앙동 일대가 원도심이다. 둘러보면 묵은 시간의 향기가 참 정겹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대전근현대사전시관과 대흥동 일대는 대전 원도심 여행의 중심이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지난 80년간 충청남도청으로 사용됐다. 등록문화재(18호)이기도 하다. 대흥동 일대에는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졌다. 여행자의 성지가 된 카페 ‘도시여행자’를 비롯해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카페,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갤러리와 공방이 즐비하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에 가면 일제강점기 시절 건물과 당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대전에서는 메타세쿼이아 숲 울창한 장태산자연휴양림, 한밭수목원 등이 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순천 철도문화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순천 ‘마을여행’

순천에는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진 마을이 많다.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은 80년 넘는 한국 철도의 역사와 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순천제일대학교 옆 남제골 벽화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 순천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 그 유명한 낙안읍성은 600여년 전 선조들의 흔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순천에는 가을 풍경 예쁜 곳들 많다. 순천만 습지의 갈대밭이 화려하기 그지 없고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정원은 가을에 더욱 천연하다. 곧 단풍무리 당도할 선암사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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