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약 14개월 만에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 회장은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4개월 넘게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지적된 문제에 대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경영 쇄신 방향을 밝혔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 계열사 사장단이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영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개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입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한 신 회장은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 여러분,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해 경영에 참여해 왔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하고 그룹 개혁을 약속했던 지난해 8월 11일 이후 1년 2개월여만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신 회장이 제시한 경영쇄신 방향은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됐다.

▲준법경영위원회 설치 ▲매출 등 실적 위주가 아닌 ‘질적’ 성장 목표 설정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기업지배구조개선 ▲정책본부(그룹 본사) 축소와 계열사 책임·권한 강화 ▲5년간 40조원 투자와 7만명 신규 채용 및 3년간 1만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다.

이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준법경영위원회의 설치다. 투명한 지배구조, 정책본부 축소와 함께 롯데그룹의 경영 전반을 손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회장 직속의 상설 조직인 준법경영위원회를 통해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전문가 등 외부 인력을 참여시켜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준법경영위원회는 각 계열사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감독하는 조직인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필수적으로 설치된다. 신 회장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차원에서 “순환출자를 앞으로 완전히 해소하고,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개혁안의 핵심으로 꼽혔던 호텔롯데 상장의 재추진도 언급했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얻어진 재원을 호텔과 면세사업에 재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롯데호텔 외에도 우량한 계열사들을 차례로 상장해 건전한 경영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신 회장은 이날 향후 5년 동안 모두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는 2017년부터 매년 전년대비 10% 이상 청년 고용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늘려 2021년까지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신입공채 채용인원 중 여성의 비율도 40% 수준으로 유지한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유통 계열사 5,000명·식품 계열사 3,000명·금융 및 기타 계열사 2,000명)은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한다.

앞으로 롯데의 양적 성장 위주의 경영전략은 질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에 따라 앞서 롯데그룹이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Top 10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중장기 목표는 재조정될 예정이다.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해 최종결정을 내리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롯데정책본부는 몸집을 대폭 줄인다. 2004년 10월 정책본부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이를 통해 각 계열사 스스로 판단하는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계열사 간 업무 조율, 투자 및 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 최소한으로 남긴다. 정책본부의 인원 감축을 비롯한 구체적인 축소계획은 외부업체의 진단을 통해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이날 신 회장은 국민과 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다짐을 밝혔으나 경영쇄신안에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0분 정도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는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참석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특히 일본 기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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