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하하하하~” 멀리서부터 배우 주상욱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전날부터 이어진 인터뷰인데다가, 오전 첫 시간에 만났음에도 주상욱 얼굴엔 전혀 피로감이 없었다. 오히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먼저 끄집어내며 유쾌하고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 MBC 예능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 후보다운 말솜씨에 감탄하고 있던 찰나, 주상욱은 “아침이라 입이 덜 풀렸네요”라는 능청을 더했다.
 
-50부작 MBC ‘화려한 유혹’에 이어 16부작 JTBC ‘판타스틱’이 끝났다.
“전작과 상관없이 ‘판타스틱’은 정말 짧게 느껴졌다.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16부작은 진짜 짧다. 극도의 피로감을 느낄 때쯤 딱 끝난다. 20부작은 4회를 더 하는데 그 4회가 정말 힘들다. 50부작은 오히려 처음부터 내려놓고 하기 때문에 수월하다.”
 
-‘판타스틱’ 팀워크가 정말 판타스틱했다고.
“모든 배우들이 다 작품에 열정적이었다. 극중 아도니스 엔터 대표(김정난) 식구들은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그 분들까지 모두 열심히 했을 것 같다.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 그렇다고 전작에서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다(웃음).”
 
-극중 톱스타 류해성을 맡아서 가장 바쁘게 움직였다.
“시한부 이소혜(김현주) 보살피기, 홍준기(김태훈) 아듀 파티, 매니저 오창석(조재윤)과의 브로맨스, 최진숙(김정난)과 싸우기 등 바쁘긴 했다. 시한부로 살아가는 이소혜나 죽음을 맞이한 홍준기나 가정사 어려움을 겪은 백설(박시연) 등 모두가 불쌍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류해성이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곁에서 남들을 지켜보는 것도 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류해성은 밝게 이겨내는 모습이던데.
“그래서 걱정이 됐다. 처음에 드라마 톤이나 주제가 무거운데 나 혼자 이렇게 웃겨도 되나 고민이 들었다. 혼자 발연기하고 그러니까 나만 동떨어진 느낌이 들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니 그게 잘 어울리더라. 코믹한 느낌이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 됐다. 독특하고 신선해서 좋았다.”

 
-류해성과 닮은 점이 있다면.
“류해성은 우주대스타인데 나는 아니다. 그런 부분은 나랑 다르다. 또 류해성의 포인트는 허세다. 마냥 아이같고 순박한 친구다. 그런 부분도 나랑 다르다(웃음). 유쾌하고 명랑쾌활한 성격 정도가 닮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허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 남들이 보고 판단하는 거니까.”
 
-친근한 매력이 배역과 참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너무 친근하다. 얼마 전엔 불을 빌려달라는 분도 있었다. 하하하. 친숙함이 좋긴 하지만 이 분야 직업을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포장과 가식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제작발표회 가서도 나한테만 질문이 왔으면 좋겠고 내가 마이크 잡고 진행했으면 좋겠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신비주의 배우로 컨셉트를 잡아보고 싶은데, 은둔생활 하다 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폭소).”
 
-연기를 잘해서 얻는 ‘발연기’ 꼬리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발연기의 사전적의미를 찾아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발연기와 연기를 못한다라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발연기는 발음이나 발성의 문제인 거고, 연기를 못한다는 건 어떤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연기를 잘 하는 베테랑도 어떤 작품에선 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못해 보이고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발연기를 연기한다’, ‘발연기를 잘한다’는 말은 결국 칭찬이니까 기분이 좋다. 앞으로 발연기 역할은 류해성이 끝일 것 같다.”
 
-연출자 조남국 감독님은 어땠나. 이런 스타일은 처음이신데.
“조 감독님이 ‘추적자’ ‘야왕’ ‘황금의 제국’ ‘라스트’ 이런 무거운 것만 하시다가 이런 로코의 발랄한 장르는 처음이라면서 배우들 믿고 간다고 하시더라. 괜한 걱정이셨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없이 조 감독님이라 답하겠다. 인성이 정말 훌륭하다. 모든 불만을 덮어버릴 정도의 훌륭한 인성을 갖고 계셔서 본받고 싶다. 종방연 때 감독님한테 ‘감독님이 차기작 하신다면 제목 정도만 알고 그냥 하겠다. 시나리오, 캐릭터 몰라도 된다’라고 말했다. 진심이다. 그 정도로 좋은 분이다.”
 
-시한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사실 이 작품 전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시한부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드라마를 다 끝낸 지금 시점에서야 류해성에게 공감이 된다. 만약 나에게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류해성처럼 곁에서 보살필 것 같다. 그래야만 하는 거고. 예전에 KBS2 예능 ‘남자의 자격’ 할 때 호스피스에 방문한 적이 있다. 아내를 보살피는 남편 분을 만났는데 오히려 나보다 더 웃음이 많아 놀랐다.”
 
-드라마 결말은 또 결혼으로 끝났다.
“결혼을 자주 한다. 지금까지 한 드라마 반 이상에서 결혼을 했다. 장소만 바뀐다. 옷도 분명히 바뀌는데 사실 남성복이야 비슷비슷하니까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어디까지나 촬영이니까 실제 결혼은 또 해봐야 알 것 같다. 좋은 남편, 아버지가 되리라고는 확신한다.”
 
-공개연애 중인 차예련에게도 좋은 남자친구일 것 같다.
“주목을 받고 있어서 약간의 부담스러움은 있지만 내가 연애를 하는 게 죄는 아니지 않나. 얼마 전 같이 밥 먹고 거리 다녔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 일부러 공개한 건 아니지만 공개연애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극중 상황처럼 여자친구가 밥을 해줬는데 맛이 없다면 어떻게 할 건가.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 여자친구가 해준 밥을 버리다니 무슨 소리냐. 사실 방송사 별로 밥맛은 조금씩 다르지만 촬영 중 나오는 밥은 대부분 맛있다.”

사진=임민환 기자

황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