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임서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 등재를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사내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책임경영'을 앞세워 공식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다. 등기이사 선임은 본격적인 이재용호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부회장은 이사회에 참가해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진다. 이사회는 주주총회 소집,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투자계획 집행, 법인 이전·설치 결정권 등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한다.
등기이사는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반 시 회사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더 적극적으로 대내외 역할을 수행하고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2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 5층에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논의된다. 주총에서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되면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과 이 부회장으로 사내이사진을 구성한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사내 이사직을 사임했다.
이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에는 불참한다. 등기이사 선임 후보자 참석이 의무 사항도 아니고 본인의 선임을 의결하는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통상 관례다. 이 부회장은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첫 상견례 및 취임사 발표 등을 할 예정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측도 이번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엘리엇은 이달 초 삼성전자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30조원 특별배당, 분할 후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4대 요구사항을 제안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찬성 의견을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확정했다. 엘리엇 측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의 이번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표결까지 가지 않고 현장의 주주 다수 동의를 얻어 바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선택과 집중' 통해 삼성 역량 강화
이 부회장은 투자, 인수합병(M&A), 분할 매각 등의 전략을 통한 삼성 기업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앞서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의 분할 매각 승인 건이 먼저 논의된다.
삼성전자는 11월1일자로 프린팅사업부를 세계 최대 프린터업체인 미국 HP(휴렛팩커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금액은 10억5000만달러(1조1897억원)이다. 삼성전자는 프린팅 사업을 HPI에 매각한 이후에도 국내에서 당사 브랜드로 프린터 판매를 대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근차근 역량을 키워왔다. 앞서 올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Joyent)와 캐나다 스타트업 광고 업체 애드기어(AdGear), 북미 가전 업체 데이코(Dacor)를 인수하는 등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 소재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VIV Labs Inc.)를 인수한 바 있다.
삼성은 자동차부품 사업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전장사업부를 신설했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FCA)의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인수도 추진했다.
■ 이재용 부회장 해결 과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은 브랜드의 가치 하락과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업계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이재용 부회장을 가정 먼저 시험하는 관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노트7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불·교환 조치를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하고 발화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이후 품질을 이전보다 더 강화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
엘리엇 공세도 해결해야 한다.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지만 그룹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엘리엇이 제안한 30조원 특별배당, 미국 나스닥 상장, 독립 사외이사 3인 추가 요구를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 또 50.72%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도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자동차 전자장치, 바이오, 사물인터넷,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집중적으로 키워왔다. 다만 아직은 큰 성과는 나오지는 않아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
임서아 기자 limsa@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