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박신혜가 영화 '콜'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기존작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닥터스' 등을 통해 캔디형의 여주인공 모습을 주로 연기한 그가 ‘콜’에서는 과거를 바꾸려는 여자 서연으로 반전을 꾀했다. 영숙(전종서)에게 거칠게 반격하고 복수하는 인물이자 과거를 바꾸려는 서연 역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박신혜는 "'콜'은 여성 중심으로 네 명의 여배우가 뭉쳐서 극을 완성했다. 물론 스스로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콜'에서 서연을 연기하면서 감정을 터뜨리고 해소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로 바뀌었는데.

"영화의 특성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감이나 사운드, 색감 같은 것들이 있다. 세트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건 극장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극장 개봉을 못 해서 아쉽다. 그런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극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넷플릭스로 개봉해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오픈을 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강점이다. 이렇게라도 '콜'을 선보일 수 있게 돼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 처음 시나리오 접했을 때 어땠나.

"시간이라는 소재가 자칫 기존의 작품들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한 공간에서 계속 바뀐다는 점이 끌렸다.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시간과 과거, 미래가 바뀐다면 포괄적으로 장소나 사건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와 다르게 한 공간에서 사건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게 흥미로웠다. 어떻게 표현이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건 아닌가.

"사실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서연이 영숙에 비해서 수동적인 캐릭터 같아서다. 그런데 결국 작품을 출연하기로 하고 시나리오가 조금씩 수정이 되면서 어떻게 하면 서연이라는 인물을 수동적이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타당성에 대해 한 사람의 감정이 바뀌는 과정을 담아보려고 노력을 하게 됐다. 정상이었던 서연이가 영숙이라는 인물을 통해 달라지고 결국 독기를 품게 되는 것까지 보여주면서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서연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

-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

"가족을 잃어가는 한 사람의 처절함이나 절박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서연이도 영숙만큼이나 광기 어린 분노를 가진 인물이다. 다양한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잘 쌓아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무미건조했던 서연이 영숙으로 활기를 되찾지만 결국 영숙으로 인해 절망하고 분노하게 된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과정을 하나씩 잘 구분하고 쌓아서 보여주고 싶었다."

- 전종서와의 호흡은 어땠나.

"같이 연기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촬영이 끝난 전종서 배우의 연기를 보고 그 이후의 상황을 연기해야 했다. 나에게 던져진 숙제였기 때문에 정해진 답처럼 연기하지 않고 잘 쌓아가려고 노력 했는데 종서 배우가 촬영할 때 내가 가서 연기해주고 내가 할 때 종서 배우가 와서 대사를 같이해주면서 갭을 줄여갔다."

- 자극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영숙 캐릭터가 에너지가 넘치고 섬뜩하다. 캐릭터 자체가 광기를 분출하기도 하는데 종서 배우가 가지고 있는 솔직한 감정으로 그걸 표현한 게 신기했다. 그래서 보면서 굉장히 큰 자극이 됐다. 내가 생각했던 영숙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 실제 박신혜가 극중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 것 같나.

"현재의 시간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정보력과 소스를 갖고 움직일 수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키를 가고 있는 건 결국 과거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초반의 서연과 비슷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여러 방법을 찾으려고 할 거다."

- 이번 작품을 통해 강렬한 변신을 한 것 같은데.

"어떤 분이 한계를 극복하고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고 해줬는데 감사하고 기뻤다. 최고의 칭찬이니까. 스스로 어떻게 보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물꼬를 트게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스스로 나 자신에게 묻는 질문들에도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콜'은 굉장히 의미가 큰 작품이다."

- 배우로서 선이 굵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선택의 기준이 어떤 걸 보여줘야겠다는 것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다. 20대에는 그에 맞게 풋풋하고 성장하는 스토리였다면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인 지금은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인간관계 라던지 사람의 관계에서 느낀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만나게 됐다. '콜'을 제안받았을 때 스스로 풀리지 않는 매듭 같은 게 있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매듭을 풀고 난 후 여러 감정이 봇물 터지듯이 터지면서 하나의 길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음 작품은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여러 장르를 하다 보니 솔직하고 조금은 낯뜨거운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요즘 스스로 재미를 찾고 해야만 하는 말들을 피한 채 회피하려고 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지치고 힘드니까. 그런데 결국 가시 돋은 말들을 해야 하는 순간은 온다. 그래서 그런 사람과 사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하고 싶다. 사랑이나 우정, 가족 같은 지금 30대가 된 박신혜가 느끼는 감정을 잔잔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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