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의료비 지출·부작용 감소 기대
전자약. /최은수 박사 블로그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기술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도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전기자극을 통해 신경신호를 조절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약물인 ‘전자약’이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약은 중추신경계인 뇌를 대상으로 전기자극술이 활용돼왔다. 그러나 심리적 부담과 침습적 방식에 대한 거부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존재하는 과학의 불안정성 등은 한계로 꼽혔다.

최근에는 말초신경계를 자극함으로써 장기에 직접 치료효과를 유도하거나 말초를 통해 뇌로 자극을 전달해 장기의 운동을 조절하는 형태의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적용 질환 측면에서도 기존 정신질환 또는 신경질환으로 좁은 영역에서 사용됐다면 현재 신경자극과 면역 및 대사기능의 관계를 이용해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항암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주목하는 전자약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하는 전자약 기업으로는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Galvani Bioeletronics)’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영국 ‘GSK’와 ‘베릴리 라이프사이언스(Verily Life Sciences, 옛 구글 라이프사이언스)’가 7년간 7000만달러를 출자해 55 : 45로 설립한 업체다.

갈바니는 GSK의 연구개발(R&D) 노하우와 베릴리의 저전력 기기 소형화 및 개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접목해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적응증은 2형 당뇨를 포함한 염증성, 대사성, 내분비성 질환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2016년 1억달러(1092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도 주목받는 전자약 기업이다. 현재 BM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 중인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장치시험을 승인받았다.

특히 지난 8월 공개한 ‘링크 0.9’은 지름 23mm, 두께 8mm의 동전 모양의 뇌 이식 칩이다. 현재 뇌 피질을 건드리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궁극적으론 신경세포가 밀집돼 있는 뇌 깊은 곳의 회색질에 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칩이 사람 뇌 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한다면 시각이나 청각, 촉각 등 감각이 마비된 환자나 퇴행성 질환자들이 다시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머스크는 기대했다. 지금까지 쥐와 원숭이 뇌에 1500개의 전극을 심었을 뿐 아직 인간은 시도하지 않았다.

뇌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와이브레인은 국내 기업 최초로 우울증 치료 전자약에 대한 국내 시판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임상 3상은 주요우울장애를 진단받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와이브레인의 전자약 플랫폼에 탑재된 tDCS(경두개직류전기자극법) 모듈을 6주간 단독으로 매일 30분씩 자가 사용한 결과 환자 대부분의 우울증상이 개선됐고, 50% 이상의 환자는 정상 범주로 회복했다. 예정된 절차대로 심사가 완료되면 내년 중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구자현 교수팀과 최연식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박사는 절단된 말초신경을 전기 치료하고 사용이 끝난 후에 몸에서 스스로 분해돼 사라지는 새로운 전기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지난달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의료기기의 모든 구성 성분을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되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 재료로 만들었다.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1㎝로 동전 크기 정도. 

또한 전자약의 전극을 생체조직과 유사하게 늘어나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수명을 기존 6일에서 2주 이상 늘렸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기는 척수와 가까운 신경뿐 아니라 근육 쪽의 신경에도 전기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신경재생과 근육재활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

뇌 이식 칩 ‘링크0.9’의 구조. /웹방송 캡처

전자약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이유는?

전자약은 2018년 세겨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10대 미래유망기술에 포함됐다. 이처럼 주목받는 까닭은 고령화와 예측 불가능한 팬데믹(질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OECD는 2015년 GDP의 8.8%였던 의료비 지출 규모는 2030년 10.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가 코로나19 팬데믹 전 집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실제 지출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고 있어 국가별 장기적인 의료재정 건전성 및 지속성 확보를 위한 의료비 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유현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의약품은 전신을 순환하면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발생할 수 있으나 전자약은 특정 부위, 표적 장기에 제한적으로 효과를 나타낸다”며 “전자약은 필요한 경우 체내 삽입을 위한 비용이 추가될 수 있으나 보통 일회성으로 장기간 효과를 유지할 수 있게 때문에 가격적으로도 의약품 대비 치료비용이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발 과정에 있어서도 스크리닝 과정을 의약품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면서 “회로의 소형화, 배터리 기술 및 생분해성 재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경제적 이점과 확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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