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 유연한 움직임과 장애물 통과 능력 인상적
현대차 “최고의 로보틱스, 탄탄한 생산기반 활용 시너지 극대화 할 것”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김호연 기자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연세대학교와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능숙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스팟을 보고 인류의 인상에 보다 밀착한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1층 로비에 먼저 도착해 다른 취재진과 함께 10분 정도 시연을 기다렸다. 로비는 곧 등장할 ‘스팟’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하듯 복잡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기자 역시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 주인공 ‘스팟’이 전시되어 있던 수소전기 트럭 ‘넵튠’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생소한 기계음과 함께 등장한 스팟은 길쭉하고 날렵한 모습이었다. 중형견 정도의 크기에 날렵한 몸통과 다리가 돋보였다. 노란색으로 몸체 대부분을 감쌌지만 빠르게 달리는 휘핏(개의 한 종류로 날렵하고 빠른 몸놀림이 특징)을 연상케 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김호연 기자

스팟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지난해 9월부터 기업과 법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로봇이다. 4족 보행을 통해 계단 등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으며 유연한 몸놀림으로 빠르게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스팟은 재해 현장이나 험지 등 인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투입돼 영상 촬영, 물류 수송 등의 임부를 수행한다.

현재 스팟은 국내에 대여의 형식으로 2대만 들어와 있고, 연세대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다. 등 위에 다양한 장치를 장착해 관측과 기술 연구 등 다양한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이날 직접 본 스팟 2대는 아무것도 장착하지 않은 기본형 모델과 레이더·3D스캐너를 등에 장착한 모델이 있었다.

영상을 통해서만 봤던 스팟을 실제로 보니 상당히 유연했다. 진짜 개처럼 자유롭게 몸을 낮추거나 움직일 수 있었다.

걸음걸이는 로봇의 딱딱함이 느껴졌다. 과거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휴보’, 혼다의 ‘아시모’ 등과 비교하면 자연스러움과 균형감각에서 상당히 진보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계단을 능숙하게 오르내리고 장애물도 지능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스팟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앞발을 잘못 디뎠지만 넘어짐이나 흔들림 없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저 계단을 내려와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깽깽이걸음’을 걸으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은 모습, ‘전진’ 명령을 내렸음에도 전방의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는 모습도 재미와 흥미를 자극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로봇 스팟.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스팟은 현장 조사와 물류 수송 등이 필요한 기업·기관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공지능·로봇 기술력과 현대차의 생산기반을 결합한 시너지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그간 구글과 소프트뱅크 그룹 등에 인수되며 관련 업계의 관심과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던 업체다. 스팟 외에도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하며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구글과 소프트뱅크 역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진보한 기술력에 주목했고 미래 사회에서 보다 주도적인 입지를 선점하고자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두고 있어 로봇의 보급과 활용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 창출에 실패했다. 굵직한 거대기업이 로봇 업체 인수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일각에선 현대차그룹 역시 인수 후 별다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스팟을 조작하는 리모컨. /김호연 기자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물리적 생산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두 업체와의 차별성으로 강조한다. 이미 웨어러블 로봇 등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과 생산력을 겸비했기에 이전 기업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이지만, 인수 업체로 선택을 받은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에서 고객의 삶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달케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 회장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이번 M&A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20%를 직접 인수했다. 이외에도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가 20%, 현대글로비스가 10%를 각각 인수했다.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인수 의미를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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