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입김이 은행까지 뻗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는 최씨가 한 은행에서 특혜대출을 받고 이를 도와준 직원의 임원 승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순실씨 조력자로 의심되는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 이모씨가 올해 초 한국 지점장으로 발령받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2월 8일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점에서 딸 정유라씨와 공동명의인 강원도 평창에 있는 10개 필지를 담보로 약 25만 유로(3억2,000만원)를 대출받았다.

최씨 모녀는 평창 땅을 담보로 빌린 돈을 독일에서 호텔과 주택 등을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외화대출을 받을 때 담보가 설정되면 계좌로 돈을 송금받는 절차를 거치는 것과는 달리 최씨는 지급보증서를 발급받고 독일 현지에서 외화를 받았는데, 이는 송금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KEB하나은행은 이와 관련해 “유럽지역에서는 외국인이 대출을 받을 때 일반적으로 대출자의 보증담보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으며, 대출자의 재산이 국내에 있으면 동 재산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공신력이 있는 은행에서 발급하는 지급증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외국환 거래규정에 따라 20만 달러 초과 시 한국은행에 보증신고를 해야 하고, 이런 신고를 거쳤기 때문에 지급보증서 발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외 진출한 기업의 신용을 보증해주는 지급보증서를 당시 19살이었던 정유라씨에게 발행해 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정 의원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 의원은 “기업이 무역을 할 때 한도를 설정하고 내주는 지급보증을 은행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정유라씨 개인에게 내줬다”면서 “금융권에도 최순실씨의 조력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의 조력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올해 초 임원으로 승진한 KEB하나은행 전 독일법인장 이모씨다.

이씨는 최씨가 독일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현지법인의 대표를 물색하는 작업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올해 초 임원 승진으로 가는 ‘요직’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모 지점장으로 복귀했으며 한 달 만에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임명되며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인사에도 의아한 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이미 정기 임원인사를 마친 하나은행이 올해 2월 크지도 않은 글로벌영업본부를 두 개로 쪼개 임원자리를 하나 더 만든 뒤, 이 법인장을 2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단독 임원 인사 발령’을 냈다는 점이다.

현재 이 본부장은 최씨와 연관된 의혹을 부인하며 일주일째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측은 “독일 현지법인장을 지낸 해당 임원은 ‘최순실과 거래한 적이 없다. 업무적으로 무관하며 조직에 피해를 준게 없다’고 밝혔다”면서 “해당 임원의 승진은 최씨와의 관계랑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3년간 독일 법인에 근무하면서 2번이나 해외 법인 평가에서 영업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업무성과가 좋았기에 승진한 것이지, 최씨를 도왔기에 승진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렇게 하나은행이 최순실씨와 관련, 여러 의혹에 휩싸이면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자산관리(PB) 부서 등을 중심으로 최씨와 관련된 대출이나 외국환거래 등이 있는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일주일간 검사 연장을 은행 측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내달 4일까지 특혜대출 의혹을 포함해 다양한 사안을 감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최씨 모녀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외화대출 경위 등에 대해 “사실관계는 별도로 파악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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