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즈넉한 고분길 걸으며 고향 산책길 떠올려
▲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가을과 겨울 교차할 무렵 오래된 무덤 찾아가 본다. 무덤이라 거부감 들지 모를 일이지만 한 왕조의 왕들이 잠들어 있는 왕릉 일대는 잘 조성한 공원보다 우아하고 고상하다. 사위 고요한 들판에 봉긋하게 솟은 이것들 보고 걸으면 마음 절로 차분해진다. 주인을 알 수 없는 것과 마주하면 묘한 흥분마저 인다. 세속과는 딴 판인 분위기다.

경남 고령 지산동 주산(主山) 능선을 따라 대가야 시대의 고분들 700여기가 산재해 있다. 이름하여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이다. 400년경부터 멸망한 562년까지 약 160여년의 대가야 역사가 고분들과 함께 오롯이 전해진다.

대가야는 초기 금관가야에 이어 후기에 가야국의 중심이 됐다. 비롯 통일왕국을 건설하지 못했지만 철기를 앞세워 멸망 당시까지 경남 서남부와 호남 동부 일대를 지배하는 거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지산동 고분군은 당시 대가야의 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언덕 따라 늘어선 고분들을 음미하며 천천히 걸어본다. 대가야 왕릉전시관을 지나 주산 능선을 따라가면 크고 작은 고분들을 만날 수 있다. 일대 고분에서는 독특한 토기와 철기, 화려한 장신구 등 대가야의 생활상과 문화적 우수성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많이 출토됐다. 대가야의 토기는 곡선미와 안정감이 특징이다. 한 왕조의 흥망이 교차하는 계절과 오버랩 되며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지산동 고분군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왕릉인 지산동 44호와 45호 무덤이 있다. 44호 고분은 밑지름이 27m나 된다. 능선 정상의 바로 아래에 있다.

대가야에는 순장이 있었다. 죽은 자와 다른 사람들을 함께 무덤에 묻는 풍습이다. 스스로 죽은 자를 뒤따라 목숨을 끊은 사람들, 또는 강제로 죽임을 당한 이들은 죽은 자의 시신과 함께 묻는 방식이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44호 고분의 내부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 당시 무덤 축조 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부장품 등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들러본다. 전시관은 주산 능선 아래, 지산동 고분군에서 멀지 않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한 국내 대표 관광지를 <한국스포츠경제>가 찾아갑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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