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4년 더 한국체육을 이끌게 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첫 임기 당시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ㆍ성폭행 사건과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 탓에 세상을 등진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연이어 책임론에 휩싸였다. 체육ㆍ시민사회 단체들은 대한체육회의 관리 감독 소홀 및 운영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면서 체육회 수장인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적극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꿋꿋이 버틴(?) 이 회장은 18일 46.35% 지지율로 41대 대한체육회 회장에 당선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스포츠 인권 존중을 통한 안전한 환경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체육인 교육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체육인 인성 교육을 다음 임기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체육회 회장 후보 정책토론회에서 "향후 엄격한 처벌과 관리, 시스템, 공유, 교육을 통해 구성원들의 사고를 바꾸겠다. 사고를 바꿔 조직원들의 문화를 바꾸겠다”며 “앞으로 재선에 성공하면 회장 직속의 인권 보호, 스포츠의 안정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예방과 감찰부서를 만들어 승부 조작, 도핑,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악습과 구태를 뿌리 뽑도록 사전에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체육계 관계자들과 대담에선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것으로만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전남 장흥의 체육인교육센터와 연계해 꾸준히 조직 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다. 지도자들의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부분도 함께 이뤄져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스포츠 인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할 정도로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정부는 전문 체육인들과 생활 체육인들이 스포츠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마음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간섭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체육인 인권 보호 및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해 문체부(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한 스포츠윤리센터도 설립했다. 그러나 스포츠윤리센터는 이사장과 직원들의 내부 갈등으로 삐걱거리며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체육계에선 대한체육회가 제구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회는 폭력, 성폭력, 가혹행위 등 한국체육의 민낯이 드러났을 때 매번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사과와 처방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 체육의 병폐를 바로 잡기 위해선 체육회가 혁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체계적인 교육 등으로 인식을 개선하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체육 대통령’ 이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