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유아정] 국정농단 의혹으로 대한민국을 분노하게 만든 최순실이 블레임룩의 패러다임도 바꿨다.

지난 31일 이탈리아 명품 프라다가 난데없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됐다. 이날 최순실이 취재진을 뚫고 청사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신발 한 짝이 벗겨졌는데 이것이 바로 프라다의 블랙 레더 스니커즈였기 때문이다.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나 굳이 레이더를 돌리지 않아도 프라다가 분명했다. 최순실이 청사에 들고 온 가방도 화제였다. 이 가방은 국내 입국 당시 포착됐던 사진 속과 똑 같은 제품이었다. 박음질이나 핸들 모양으로 볼 때 ‘토즈’ 제품으로 추측됐다. 덕분에 토즈 또한 ‘순실 가방’이라는 연관 검색어와 함께 화제를 모았다. 이 뿐이랴. 입국 때 수백만 원 상당의 몽클레르 패딩과 알렉산더 맥퀸 신발로 추측되는 제품을 걸치고 와 눈길을 끌었다.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상품이나 장소가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사회적 명사가 아닌 ‘문제’를 일으킨 사람의 패션을 대중이 따라하는 것을 ‘블레임 룩(Blame Look)’이라고 한다.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이 입고 있던 이탈리아 미쏘니의 알록달록 패턴의 니트가 대표적이다. 나중에 이 제품이 ‘짝퉁’으로 밝혀졌지만 신창원이 검거됐을 당시 시중에서 완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에스까다 선글라스, 학력위조 큐레이터 신정아의 돌체앤가바나 베이지색 재킷은 이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매스컴을 탄 덕에 불티나게 팔린 블레임 룩의 대표 상품들이다.

이처럼 웃지 못할 상황은 해당 업체에게는 어쨌거나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고로 직행하거나 떨이 상품으로 전락할 전 시즌 상품이 뒤늦게 품절되는가 하면 일부러 돈 들이지 않았는데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래서 보통 블레임 룩의 해당 브랜드로 알려지면 업체는 묵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하게 긍정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는 것은 매출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이미 수 차례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해당 브랜드들 대부분 최순실이 착용한 제품이 자사 제품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빼도 박도 못하는 프라다는 자사 제품은 맞지만 “이미 단종된 제품”이라며 애써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모습이다. 토즈는 본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최순실 가방이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며 발 빠르게 부인했다. 몽클레르와 알렉산더 맥퀸 역시 마찬가지다. 몽클레르는 과거 신정원 패딩으로 유명세를 탔을 때에도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패션 관계자는 “최순실은 과거 블레임 룩의 주인공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라며 “단순 매출 문제를 떠나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순실 때문에 프라다 스니커즈가 품절되고, 길거리에 토즈 가방을 든 여인들이 넘쳐나는 일은 이번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유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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